[이젠 시스템 개혁이다] 제1부 : (6.끝) '겉도는 혁신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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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만으로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는 없다.
기술혁신을 근간으로 자생적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그렇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 경쟁력을 가늠할 기준으로 강조했던 혁신시스템 관점에서 우리는 경쟁력이 있는가.
지금 우리에겐 혁신시스템에 대한 변변한 그랜드 디자인조차 없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혁신의 생산성 낙후 =연구개발투자는 혁신시스템의 가장 기본적 투입요소다.현재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 투자는 세계 10위, 기업의 투자만 따로 비교하면 세계 9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만 보면 세계 5위라는 평가다.
게다가 정부는 2002년까지 정부예산에서 연구개발예산 비중을 5%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외치고 있다.하지만 화려한 투입측면과는 대조적으로 우리의 국가 경쟁력은 28위에 불과하다(스위스 경영개발원인 IMD의 평가).
투입과 산출 사이를 연결하는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영역싸움으로 날 새는 정부 =어떤 국가에서건 정부는 혁신시스템의 중요한 주체다.하지만 부처 차원의 개별적 계획들만 난무할뿐 국가차원에서 신산업 창출과 기존산업의 혁신을 아우르는 종합적 비전도, 혁신시스템의 방향 설정도 없다.
오히려 관련부처들끼리 정보통신, 바이오 등 신기술ㆍ신산업을 둘러싸고 밥그릇 싸움으로 날만 지새고 있다.
겉도는 지방정부 =연구개발투자의 75%, 연구인력의 66%, 국가연구기관의 50%가 수도권과 대덕연구단지에 집중돼 있다.
과단위에서 기술혁신을 지원할 전담조직을 갖춘 곳은 16개 광역자치단체중 2곳에 불과하다.
지역 자체적으로 산업을 창출하거나 유인하기 위한 정책이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산업의 구조조정도 지역혁신과 맞물려 추진돼야 하지만 아예 따로 논다.
최근에 테크노파크 등 혁신거점 조성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지역내 고립된 ''섬''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위기의 정부연구소 =연구원의 이직 붐으로 ETRI(전자통신연구원)을 비롯 많은 연구소들이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수행여부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연구원들은 위에서 내려오는 온갖 행정 및 평가논리개발에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개혁의 시범으로 가장 힘이 없는 정부출연 연구소에 손을 댔다.
그러나 아니한만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연구소를 다 합쳐도 미국의 단일 연구소에도 못미치는 규모인 데도 연구소 위에 연합이사회, 국무총리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만 초래했다.
제역할 못하는 대학 =대학은 우리나라 연구인력의 39.4%(박사급은 78.2%)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가 전체 연구개발 투자의 11%만을 수행할 뿐이다.
이에 비해 연구개발투자의 70%를 차지하는 기업은 단지 10%의 박사급 연구인력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불균형이 역설적으로 산.학 협동의 당위성을 말해 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중 대학에 출연되는 것은 고작 2%에 불과하다.
서로간에 신뢰도 없지만 이를 유인할 법적.제도적 장치에도 분명 문제가 있음을 말해 준다.
대학의 인력 양성도 산업의 구조변화에 너무나 비탄력적이다.
최근 서울대 대학원 미달사태는 이를 입증한다.
후진적인 기술금융=기술혁신에 유연한 금융지원 관행을 갖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간에는 혁신능력에서 분명한 차이가 난다.
우리는 기술평가를 할만한 능력도 없지만 부동산 담보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벤처기업과 파트너 관계여야 할 벤처자본은 단기적인 자본이득 회수에만 급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정책자금들이 있긴 하지만 시장에서의 기술금융 수요와 비교하면 운용체계 자체가 보수적이다.
악순환의 반복 =혁신시스템이 작동하려면 정부 대학 연구소 기업간, 그리고 혁신의 인프라(기반 시스템)와 기술혁신간에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혁신주체들이 협동보다는 서로를 불신하는 데다 취약한 인프라는 혁신의 발목을 잡고 이것은 다시 인프라에 대한 과소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개방경제하에서 경쟁력 있는 경제시스템을 원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국제 수준의 혁신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안현실 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기술혁신을 근간으로 자생적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그렇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 경쟁력을 가늠할 기준으로 강조했던 혁신시스템 관점에서 우리는 경쟁력이 있는가.
지금 우리에겐 혁신시스템에 대한 변변한 그랜드 디자인조차 없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혁신의 생산성 낙후 =연구개발투자는 혁신시스템의 가장 기본적 투입요소다.현재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 투자는 세계 10위, 기업의 투자만 따로 비교하면 세계 9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만 보면 세계 5위라는 평가다.
게다가 정부는 2002년까지 정부예산에서 연구개발예산 비중을 5%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외치고 있다.하지만 화려한 투입측면과는 대조적으로 우리의 국가 경쟁력은 28위에 불과하다(스위스 경영개발원인 IMD의 평가).
투입과 산출 사이를 연결하는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영역싸움으로 날 새는 정부 =어떤 국가에서건 정부는 혁신시스템의 중요한 주체다.하지만 부처 차원의 개별적 계획들만 난무할뿐 국가차원에서 신산업 창출과 기존산업의 혁신을 아우르는 종합적 비전도, 혁신시스템의 방향 설정도 없다.
오히려 관련부처들끼리 정보통신, 바이오 등 신기술ㆍ신산업을 둘러싸고 밥그릇 싸움으로 날만 지새고 있다.
겉도는 지방정부 =연구개발투자의 75%, 연구인력의 66%, 국가연구기관의 50%가 수도권과 대덕연구단지에 집중돼 있다.
과단위에서 기술혁신을 지원할 전담조직을 갖춘 곳은 16개 광역자치단체중 2곳에 불과하다.
지역 자체적으로 산업을 창출하거나 유인하기 위한 정책이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산업의 구조조정도 지역혁신과 맞물려 추진돼야 하지만 아예 따로 논다.
최근에 테크노파크 등 혁신거점 조성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지역내 고립된 ''섬''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위기의 정부연구소 =연구원의 이직 붐으로 ETRI(전자통신연구원)을 비롯 많은 연구소들이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수행여부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연구원들은 위에서 내려오는 온갖 행정 및 평가논리개발에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개혁의 시범으로 가장 힘이 없는 정부출연 연구소에 손을 댔다.
그러나 아니한만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연구소를 다 합쳐도 미국의 단일 연구소에도 못미치는 규모인 데도 연구소 위에 연합이사회, 국무총리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만 초래했다.
제역할 못하는 대학 =대학은 우리나라 연구인력의 39.4%(박사급은 78.2%)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가 전체 연구개발 투자의 11%만을 수행할 뿐이다.
이에 비해 연구개발투자의 70%를 차지하는 기업은 단지 10%의 박사급 연구인력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불균형이 역설적으로 산.학 협동의 당위성을 말해 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중 대학에 출연되는 것은 고작 2%에 불과하다.
서로간에 신뢰도 없지만 이를 유인할 법적.제도적 장치에도 분명 문제가 있음을 말해 준다.
대학의 인력 양성도 산업의 구조변화에 너무나 비탄력적이다.
최근 서울대 대학원 미달사태는 이를 입증한다.
후진적인 기술금융=기술혁신에 유연한 금융지원 관행을 갖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간에는 혁신능력에서 분명한 차이가 난다.
우리는 기술평가를 할만한 능력도 없지만 부동산 담보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벤처기업과 파트너 관계여야 할 벤처자본은 단기적인 자본이득 회수에만 급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정책자금들이 있긴 하지만 시장에서의 기술금융 수요와 비교하면 운용체계 자체가 보수적이다.
악순환의 반복 =혁신시스템이 작동하려면 정부 대학 연구소 기업간, 그리고 혁신의 인프라(기반 시스템)와 기술혁신간에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혁신주체들이 협동보다는 서로를 불신하는 데다 취약한 인프라는 혁신의 발목을 잡고 이것은 다시 인프라에 대한 과소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개방경제하에서 경쟁력 있는 경제시스템을 원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국제 수준의 혁신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안현실 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