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前수석, 현 경제팀에 쓴소리] "위기 무감각..시스템개혁 시급"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진념 경제팀을 강도높게 비판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전 수석은 1일 호텔롯데에서 열린 ''한국외국어대 출신 공관장 오찬모임''에서 "현 경제팀은 시장상황에 따라 단기적인 미봉책을 내놓기에만 급급할 뿐 근본적인 경제 수술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김 전 수석은 "최근 경제팀의 정책을 보면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때가 생각난다"며 "시장에서는 이미 위기가 감지되고 있는데도 경제관료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자금시장 경색이 풀리고 있다지만 이는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경제구조가 병든 상태인 만큼 경제팀은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지금까지 국내 은행은 돈을 ''수집''하는 기능만 담당했을 뿐 ''배분'' 기능은 정부가 맡아 왔다"며 "이같은 관치금융 상황에서 어떻게 시장 경제를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또 "구조조정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한국경제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경제관료들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수석은 "작년말까지만해도 경제가 침체국면에 이르자 관료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각성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올들어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자 다시 구태를 보이고 있다"고 현 경제팀의 자세를 꼬집었다.

그는 "경제팀의 이런 모습 때문에 국민들의 신뢰가 낮은 것"이라며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5% 이상이 경제가 좋아졌다고 느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김 전 수석은 소련 등 경제위기를 겪은 국가를 예로 들며 "소련이 침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경제관료들이 과거의 관행에 젖어 변화를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경제관료가 변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올해 한국경제 전망에 대해 김 전 수석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경제해결책이 없는 한 매우 어려울 것"며 "미국과 일본경제도 어려운 만큼 과거처럼 해외요인을 등에 업고 난관을 극복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