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허용 등 유보 가닥] 勞-실리.使-안정 .. 배경.전망

"노동계는 실리를, 재계는 안정을"

올해 노동계의 최대 현안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근로시간 단축 등 3개 개혁과제에 대한 처리 원칙이 드러나고 있다.우선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은 빨라도 2004년 이후부터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할수 밖에 없어 협상 자체가 복잡한 근로시간 단축 문제의 경우 논의시한을 당초 2월말로 잡았으나 연말로 미뤘다.

◆ 의미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4대 개혁과제중 실적이 가장 부진했던 노동개혁 분야에서도 모처럼만에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이같은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노조 전임자는 현재처럼 사용주로부터 임금을 지원받으면서 노조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

사용자도 복수노조 설립에 따른 노.노 갈등이 생기는 혼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한국노총이 그간 복수노조 허용 유보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에 비춰보면 노사관계 안정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노조전임자 급여를 사용주가 지원하는 것은 민주성과 자주성을 근간으로 하는 노동조합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복수노조 허용시기 연기도 역시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대목이다.

노사 담합에 의한 노동 개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이들 현안을 놓고 4년이라는 준비기간을 허송세월했던 우리 현실을 보면 3년 뒤 또다시 유보 움직임이 일 공산이 크다.

◆ 배경 =정부는 지난 97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을 제정하면서 내년 1월1일부터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고 이를 어긴 사업주를 처벌키로 했다.

대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조가 설립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노사정위원회는 복수노조 체제 도입에 발맞춘 제도개선방안을 논의해 왔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공익위원들은 노조가 교섭창구를 단일화한 뒤 사용자측에 교섭을 요구해야 하며 단일화에 실패하면 투표로 교섭대표 노조를 선출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유급 노조전임자를 둘 수 있는 기업 규모별 상한선을 정하되 전임자 급여 지급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는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달리 노동계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를, 경영계는 존치를 고수해 왔다.

노동계는 노사 자율에 의한 교섭 또는 각 노조가 협의를 벌여 교섭 대표를 선정하는 방식을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1사 1교섭'' 원칙 도입을 요구해 왔다.

노조 규모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 99년말 현재 전국 5천6백37개 노조의 87.5%인 4천9백32개소가 3백인 미만 사업장이다.

만약 전임자 급여를 줄 수 있는 사업장 규모가 3백인 이상으로 결정되면 산하 노조의 대부분이 3백인 미만인 한국노총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조합원 임금에서 노조위원장 급여를 내주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복수노조 허용의 경우 사용자는 물론 노동계도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노총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일부 노조에서 민주노총 계열의 조합원이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민주노총 산하 대기업 노조간부들은 내심 복수노조 출현을 꺼리고 있는 상태다.

◆ 전망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불참하고 있는 만큼 반쪽 노.사.정 합의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노사간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빅딜이기 때문이다.

노.사.정 합의가 나올 경우 정치권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민주노총의 반발은 ''찻잔 속의 폭풍''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