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저금리시대 '금융 新기류'] (1) '돈 빌리기 신풍속도'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면서 금융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싹트고 있다.

금융기관간 가계대출 경쟁 속에 신용도가 좋은 개인고객들은 "대출금리 쇼핑"을 즐기고 있다.재테크 측면에선 그동안 안정성만 찾던 시중자금이 이젠 수익을 좇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유사 금융기관들과 일본계 자금의 대금업 진출도 세를 확대해 가고 있다.

올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금융시장의 변화상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8일 오전 조흥은행 본점.

대출창구의 직원이 고객을 앉혀 놓고 뭔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CD연동금리''니 ''고정금리''니 하는 얘기가 오간다.이 고객은 "다른 은행에서 작년 초에 연 9.7%의 금리에 5천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며 "요즘은 이보다 금리가 낮은 상품이 많기 때문에 담보권 등을 변경해 대출 은행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조금이나마 이자부담을 줄이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은행마다 주택담보대출을 변경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이 은행 영업부의 임동현 과장은 "고객들이 대출금리를 놓고 이 은행, 저 은행을 비교해 가며 ''금리 쇼핑''을 하는게 요즘 추세"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기존 대출의 금리를 내려달라며 행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이날 국민은행 본점 영업부 창구.

가계대출을 담당하는 직원이 고객의 항의에 응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지난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연 8.75%로 내렸지만 기존 고객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연 9.5%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이 고객은 "금리를 내렸으면 기존 대출에도 적용해야지 왜 신규대출에만 적용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저금리 기조가 가속화되면서 고객들간 명암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우량고객으로 분류된 고객들에겐 돈 빌리기가 한결 쉬워진 반면 신용도에 문제가 있는 고객은 은행 문턱을 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제일은행과 14년째 거래해 왔다는 양모씨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다가 낭패를 겪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2% 가깝게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기 위해 돈을 빌리려고 했었다"며 "그동안은 우량고객이라고 분류했다가 당장 소득이 없어지자 홀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오히려 올라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M사는 지난해 매출실적 등이 나쁜 것으로 알려지자 최근 거래은행은 금리를 인상했다.

이 회사는 당좌거래대출 금리가 이전에 연 9.5%였지만 올해부터 연 11.5%를 적용받게 됐다.

반면 신용도가 좋은 고객들은 저금리 혜택을 조금씩 누리고 있다.

파이프 제조업체인 경안파이프는 지난해 연 6.5%대에 빌렸던 구매자금융 자금을 지난 연말이후 5.7%에 기업은행으로부터 빌리고 있다.이 회사 김우경 사장은 "요즘 사업이 잘 되는데다 평소 은행거래에서 이자를 연체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쓴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