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대출 연체 급증] 금융권 '개인신용위기' 경고등 .. 배경.전망

금융권에 "개인신용위기"의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1월중 은행권의 가계대출연체율이 급증한 것이 그 사인이다.사실 금융권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개인신용위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떠돌았다.

가계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곡선은 하강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경쟁엔 아직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이에따라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외환위기 직후와 같은 제2의 개인파산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개인 빚 위험수위 =지난해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백15조6천억원으로 지난 99년말 잔액 79조1천2백50억원에 비해 36조4천억여원(약 46%)이 증가했다.

현대그룹 사태, 2차 부실기업 퇴출 등으로 기업에 돈을 빌려 주기가 두려워진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경쟁적으로 확대한 때문이다.이 덕분에 개인들은 돈을 빌리기가 한결 쉬워졌고 가계 빚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기업금융 위축과 가계대출 확대라는 자금배분 구조가 가계 파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한 원인인 셈이다.

신용카드 회사들도 카드론을 경쟁적으로 확대해 작년 한햇동안 1백1조원이나 늘렸다.카드론은 이미 은행권에서 대출 한도가 꽉 찬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어 부실화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 제2의 개인파산 사태 오나 =지난해 금융권의 대출 확대에 힘입어 돈을 빌렸던 고객들은 올해부터는 연차적으로 대출금을 갚아야 할 처지다.

문제는 갚을 능력이 있느냐다.

통계청이 발표한 도시근로자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중 도시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외환위기 전인 지난 97년 3분기의 90.7%에 머물렀다.

빚은 급증했지만 소득은 아직도 제자리를 회복하지 못한 셈이다.

게다가 경제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 개인들의 대출상환 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4% 대로 지난해 추정치 9.6%의 절반에도 못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대출받은 돈으로 주식에 투자했던 사람들이다.

작년 한해에만 증시에서 허공으로 날아간 돈이 2백조원으로 추정되고 이중 어림잡아 60% 이상이 개인투자자들의 재산이다.

실제로 팍스넷 등 증권 관련 사이트에는 ''은행 돈을 빌려 투자했다가 거리로 나앉게 됐다''는 류의 하소연이 끊일 날이 없다.

윤용기 은행연합회 상무는 "빚은 급속도로 늘어난데 비해 경기침체 및 주식가치 하락에 따라 개인자산 가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외환위기 직후처럼 상환능력이 한계에 달한 개인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대비가 필요 =상황이 이렇지만 은행들은 올해도 여전히 담보비를 면제해주거나 각종 우대금리를 적용하면서 경쟁적으로 가계대출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

한 기업에 1백억원을 빌려주는 것보다는 1백명의 개인에게 1억원씩 빌려주는 것이 돈을 떼일 가능성도 낮고 손실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대출을 올해도 늘릴 수밖에 없는 것이 모든 은행들의 실정"이라며 "대출 고객의 신용도를 철저히 평가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대책이라면 대책"이라고 말했다.오정훈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이자로 나가는 금액의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12~13%에서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카드론 등 개인 대출의 심사요건을 엄격히 하는 것이 가계 파산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