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구멍뚫린 日 위기의식

"총리, 하와이 근해에서 (해양실습선이 핵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한) 사고가 있었습니다만…"

"왜 따라 들어오는 겁니까? 여기는 개인별실인데…" "총리, 하와이의…"

"(이제 그만) 됐어요, 관저로 곧바로 갑니다"

일본 고교생들을 태운 해양실습선이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미군 핵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한 사고가 발생한 10일 낮 12시46분부터 56분사이.모리 요시로 총리를 따라붙은 취재기자들과 총리사이에는 이같은 대화가 오갔다.대화장소는 요코하마의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사고가 발생한 오전 8시45분으로부터 거의 네시간이 지난 시각이었다.

모리 총리에게 사고 첫 소식이 전해진 것은 오전 10시30분께.

지인들과 함께 필드를 돌던 중이었다.총리는 그러나 라운딩을 계속했다.

12시45분 골프를 중단한 모리 총리가 관저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오후 2시12분을 가리켰다.

상황은 숨가빴다.외무성과 해상보안청 등 관련부처들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각의 구심점인 총리 관저에 있었다.

총리는 골프장에서 사고 1보를 접했다.

총리 부재 중 관저업무를 지휘하는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지역구에서 열린 장관취임 축하연 참석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비웠다.

내각의 위기관리담당 책임자인 방재상은 모친 제사를 위해 고향인 교토에 내려가 있었다.

위기관리담당 부장관은 "사고정보가 불확실하다"며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집을 나왔다.

비상사태시의 핵심라인이 모두 ''부재'' 상태였다.

물론 모리 총리와 관련 장관들은 "자리를 비웠어도 핫라인으로 신속한 조치를 내렸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언론과 국민들은 들끓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타국 해상에서 여러명이나 실종된 비보를 접하고도 국가지도자가 골프를 계속할 수 있느냐는 것이 첫번째 분노다.

또 총리관저의 책임자들이 몽땅 자리를 비운 것은 구멍뚫린 위기의식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언론들은 비판했다.

모리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총리의 실언과 각료.의원들의 스캔들로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다.이번 일로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