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조건] 'LG전자 대형가전 마트'..고급 소비층 욕구 사전파악

"성공"이 귀한 시대다.

외환위기이후 나라 안팎의 비즈니스 전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밀리거나 패한 얘기는 숱하지만 "파이팅 스토리"는 드물다.그럴수록 성공담은 감동적이고 다른기업들에는 "초불황에서도 이렇게하면 길이 있다"는 "타산지석"이 된다.

주말마다 불황을 이긴 "성공케이스"를 발굴해 숨겨진 "경영 노하우"에 대해 알아본다.

LG전자는 요즘 ''작은 성공''에 잔뜩 고무돼 있다.삼성전자보다 한발 늦게 뛰어든 고급 대형 가전시장에서 소니 도시바 등 세계 일류들을 제치고 후발주자로선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고 있어서다.

성공의 요체는 브랜드 고급화 전략과 함께 첨단 이미지를 ''어필''하는 마케팅 전략.

경쟁자들보다 몇발 늦었지만 성급하게 뛰어들지않고 촘촘한 시장조사를 통해 경쟁업체 고객들의 욕구와 불만을 정확히 파악했던 것도 적중했다.40인치 이상으로 프로젝션TV의 대표 브랜드인 ''엑스캔버스''의 경우 지난 1월에만 4천5백대를 팔아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백%,전월에 비해서는 50% 각각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용량 6백ℓ급 이상 냉장고인 ''디오스''도 작년에 전년보다 8만대 늘어난 총 12만대가 팔려 내수시장 전체(24만대 추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LG는 자체 집계했다.

◇철저한 시장조사=LG는 99년 5월에 프로젝션 TV를 출시했지만 초기 판매는 부진했다.그러나 작년 5월에 ''엑스캔버스''라는 브랜드를 입히고 다양한 디자인·색상과 돌비 음향시스템을 채택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디오스는 세계 최저 소음과 최저 소비전력을 구현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여자라서 너무 행복해요''라는 카피와 톱배우 심은하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도 히트를 쳤다.

두 제품 모두 디자인 영업 생산 광고 등 부문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꼼꼼한 시장조사를 거쳤다.

조병구 냉장고 마케팅 팀장은 "출발이 늦었기 때문에 초기에 호응을 얻지못하면 실패할 것을 각오했다"며 "시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광고모델 선정과 차별화전략 등을 짰다"고 말했다.

◇첨단·고급기술 이미지=작년 6월에 인터넷 냉장고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면서 디오스의 이미지가 한차원 높아졌다고 LG는 설명했다.

비록 가격(9백만원대)이 비싸고 홈네트워크와의 연계문제 등으로 본격 출시는 늦어지고 있지만 디오스가 첨단 냉장고라는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엑스캔버스는 어두운 부분의 영상 윤곽까지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는 DDR회로를 독자 개발하고 PC화면 직접 수신기능 등을 적용해 ''디지털''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특히 세계 최초로 스피커 분리형 제품을 출시하면서 철저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