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 '엘리베이터 설명' .. 켄리

켄리

우리나라의 관습은 돌잔치나 환갑 잔치 때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리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잔치에 대비해 김치도 몇 가지를 미리 마련하는 것이 정성이라고 여긴다.

술을 권해도 여러 잔을 나눈다.

기업의 전략도 여러 사업과 상품을 동시에 손을 대는 문어발 경영이 회사를 키우는 방법이다. 양과 질을 두고 고르라면 질보다는 양을 선택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벤처회사의 직원들중에 자기 회사를 간략 명료하게 소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장황한 기술 설명과 그동안 벌려온 몇 가지 사업과 앞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설명을 듣고 있으며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잔치상이 떠오른다. 30분이 지나도 그 회사의 핵심 기술과 핵심 사업의 성공 이유를 파악하기가 힘들다.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많은 자료를 종합 분석해야만 그 회사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다시말해 듣는 사람이 그 회사의 메시지를 열심히 소화해야만 한다. 반대로 미국에서 성공하는 벤처기업은 메시지를 받는 사람에게 너무 편하고 간략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런 메시지를 엘리베이터 설명(Elevator Pitch)라고 한다.

아래층에서 10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고객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경우라도 자기 회사 소개를 강력하고 간단하게 30초 이내로 강한 인상을 주면서 설명 할 수 있어야만 일을 성사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교육문화는 객관성을 중요시 한다.

개인의 주관성은 성적으로 매길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

결혼 배우자를 중매하는 사람에게는 상대방의 조건이 인간성과 성격보다 더 중요하다.

주관성이 개입된 판단은 문제시 되는 골칫거리로서 피하기 일쑤다.

상품 소개때 객관성이 강한 기술적인 스펙을 많이 강조하는 반면 주관성을 필요로 하는 제품의 장점이나 제품 이미지는 소개되지 않고 있다.

예를들면 우리나라 우유 광고를 보고 이해를 못한 적이 있다.

DHA를 충분히 함유한 유유를 알리는 광고였다.

우유의 주 소비층인 학생과 어린이,또 우유를 구매하는 어머니에게 주관적인 제품의 좋은 점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고 DHA 함유량이라는 기술적인 스펙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미국 소비자 중에는 우유 구매시 무슨 용어인지도 모르는 DHA 함유량을 고려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우유의 좋은 점을 강조하는 건강식품 맛 이미지 젊음의 뜻을 전달하는 일에 주력할 것이다.

2년 전에 한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다음과 같은 안내문구를 본 적이 있다.

"저희 식당의 식수는 주인이 매일새벽 다락골에서 손수 길어 나르는 천연수입니다. 많이 드십시오"

이 문구의 뜻은 여러 가지이다.

주인이 손수 길어온 물은 정성이 가득한 물이다.

다락골의 천연수는 무기질을 많이 함유한 무공해 식수이다.

물을 마시는 순간 머리에 지나가는 환상은 숲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개울에서 물이 흘러가는 소리와 섞여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들리는 장면이다.

이런 물은 많은 돈을 내더라도 집에까지 가지고 갈만한 물이다.

반면에 대부분 국내벤처 사업가는 이러한 훌륭한 물을 다음과 같이 표현할 것이다.

"저희 식당의 식수는 천연수를 독일식 필터 방식으로 걸러서 WHO의 세계 기준을 능가한 국내 최초의 극대 무기질 함유 식수로서 대통령상을 받은 물입니다"

필자의 경우는 주관적인 제품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다락골 식수를 더 맛있게 마실 것이다.

객관적인 스펙을 전달하는 상품은 훌륭하지만 내게 꼭 마시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지 못한다.

해외시장에서 상품의 소개는 간략 명확해야 하며 객관적인 스펙보다는 주관적인 제품의 장점을 강조,고객이 구매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고객 압도적인 엘리베이터설명 능력은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고객과 시장분석이 기본이 된다.

시장구성,고객 행동 및 요구 분석,비교 차이점,포지셔닝 등등을 고려해야만 한다.

하이테크 제품도 스펙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뿐 아니라 경쟁자를 영원히 물리치지도 못한다.

성공할 상품은 그 상품을 만드는데 들어간 재료 공정 기술 그리고 기술적인 스펙이 아니고 그 상품의 간결한 설명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와 제품의 장점이다. 상품 메세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대통령상 우수대학박사 자본금규모 회사내역 등은 아니다.

ken@thinkfr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