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 대표이사직 사퇴

대림산업 대표이사직을 최근 사퇴한 이준용(63) 회장은 평소 ''전문경영인론''을 주장하고 실천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이 회장이 이번에 대표이사직을 물러나면서 밝힌 사퇴이유도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아야 한다"는 게 전부다.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이같은 ''단순한'' 이유로 이사회에 대표이사직 사퇴를 요청했고 이사회는 별다른 이론 없이 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제 그는 대림산업 회장으로 회사의 중대한 결정사항만 일부 챙기고 대부분의 업무는 전문경영인이 맡게 된다.

이 회장은 1997년 7월에도 전문경영인이던 김병진 대림엔지니어링 사장을 그룹회장에 전격 임명하고 자신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신정부들어 오너들의 책임경영이 요구되자 1998년 3월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한지 2년11개월만에 이 회장은 다시 자신의 지론을 실천한 셈이다.

대림산업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구조조정에 성공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대림산업 관계자들은 언론에서 구조조정 사례를 소개하겠다며 자료를 요청할 때 난감해 한다.자료를 제공하면 "장사꾼이 장사를 잘 하면 됐지 굳이 요란스럽게 떠들어야 하느냐,또 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외형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대림의 기업 색깔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같이 어수선한 시기에 굳이 대표이사직을 그만둘 이유가 있겠느냐는 시각도 없진않다.그러나 이 회장의 소신이 뚜렷한 만큼 대림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