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MBA 바로보기'] (3) '합격만 하면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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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는 성공과 출세를 위한 충분조건은 물론 필요조건도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MBA학위가 있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없어서 출세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보자.
2년간 배우면 얼마나 많이 배울 것인가.
"황금 여권"이니 "보증 수표"니 하는 현란한 단어들은 마케팅에 밝은 비즈니스스쿨들이 만든 선전문구에 불과하다. 문제는 여기에 "현혹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뭘 배우는 지도 제대로 모르는 채, 마치 고시를 치르듯이 몇 년씩 매달리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합격을 위해 지원서류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에세이(essay)를 통째로 남에게 맡겨 번역시키는 사람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유명 비즈니스스쿨에 합격만 하면 헤드헌터들이 몰려와 매킨지로, 골드만삭스로 가자며 애걸복걸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정도는 아니어도 입학해서 2년만 대충 때우면 마음대로 가고 싶은 회사를 고를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착각이다.
이런 착각은 MBA에 대한 인식부족이 그 원인이다.
고액연봉의 상징인 컨설팅펌과 투자은행에 MBA 출신들이 득실거리고 주한 외국기업들이 젊은 MBA들을 고위직으로 속속 기용하는 사례는 MBA에 대한 환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찬찬히 따져보자.
우선 컨설팅펌과 투자은행에 MBA들이 많은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거기서 일하다 "잠시" MBA 과정에 들어온 사람이 워낙 많아서다.
현재 와튼스쿨 1학년을 예로 들면 앤더슨컨설팅(현 엑센츄어)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전체의 7%인 52명이나 된다.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도 각각 38명,16명이다.
학비 전액을 지원 받고 돌아갈 회사가 있는 이런 사람들이 비즈니스스쿨 마다 적어도 20-30% 많게는 50%에 달한다.
이들이 복귀하거나 경력관리를 위해 서로 자리를 바꾸기 때문에 이들 업종엔 MBA들이 우글거리게 돼있다.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MBA과정에 합격했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재학 기간 내내 집중적인 공부와 네트워킹 그리고 강도 높은 취업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주한 외국인 기업들이 MBA들만을 발탁한다고 생각하는가.
임명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라.
직장생활 4,5년차가 되면 경력관리 차원에서 자연히 MBA과정을 밟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MBA라서 임명되는 게 아니라 해당분야에서 쌓은 경력과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MBA 출신 중에 국내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들로 KTB의 권성문 회장(미주리대)과 안철수컴퓨터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와튼스쿨)을 들 수 있다.
이들이 MBA 학위 하나만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순진한 사람이다.
MBA는 입학하고 나서도 4,5년 정도는 새 업무나 새 직장에 뿌리내리기 위해 더 써야하는 중기 경력관리 과정이다.
그 사이 실력을 길러야 하고 걸맞는 성과를 올려야 하며 필요한 경우 경력도 더 쌓아야 한다.
그러니까 비즈니스스쿨에 합격한다는 것은 정말 시작에 불과하다.
고시합격과 같은 목표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입학에서 졸업까지는 물론 새 회사 새 직책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넘어야할 고비가 너무 많다.
우선 입학 직후부터 "소방호수로 물붓기"로 비유되는 수업과 과제 속에 시달려야 한다.
같은 과목을 동시에 6개 듣는다고 상상해보면 얼마나 바쁜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1학기 중반인 11월부터는 취업에 결정적 변수가 되는 여름인턴십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매킨지 서울사무소를 예로 들면 올 여름 인턴십에 미국 전역에 있는 비즈니스스쿨에서 단 5명만을 뽑았다.
2학년 복귀하자마자 바로 취업 인터뷰가 시작된다.
경우에 따라 서너개 회사를 골라갈 형편이 되는 사람도 있지만 유수의 컨설팅펌이나 투자은행에서 인터뷰 초청을 받는 것 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사만 하면 끝인가.
2,3년의 경쟁을 이겨낸 60% 정도에만 20만달러 이상의 연봉이 보장되는 승진의 기회가 있다.
그 때 살아남아야 비로소 MBA 투자는 일단 완결되는 것이다.
기존 직장으로 복귀하거나 동종 업체로 옮겨가는 경우도 별반 다를 바 없다.
MBA 이전과는 전혀 다른 직책이나 직급에 앉게 되는데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져있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눈에 띄는 성과를 1,2년 안에 내지 못할 경우 더 빠른 속도로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고수익 고위험(high return, high risk)이라는 경제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력관리 계획을 10년 혹은 20년 기준으로 세우고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과정이 MBA일 때만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합격 하나로 모든 것을 챙기는 도박이 아니기 때문이다.
MBA를 고시처럼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고시는 합격하면 급여를 받고 바로 일할 준비에 들어가게 되지만 MBA는 합격과 동시에 돈과 시간이라는 새로운 투자가 겨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주미특파원.와튼스쿨 MBA재학 yskwon@hankyung.com
다시 말해 MBA학위가 있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없어서 출세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보자.
2년간 배우면 얼마나 많이 배울 것인가.
"황금 여권"이니 "보증 수표"니 하는 현란한 단어들은 마케팅에 밝은 비즈니스스쿨들이 만든 선전문구에 불과하다. 문제는 여기에 "현혹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뭘 배우는 지도 제대로 모르는 채, 마치 고시를 치르듯이 몇 년씩 매달리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합격을 위해 지원서류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에세이(essay)를 통째로 남에게 맡겨 번역시키는 사람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유명 비즈니스스쿨에 합격만 하면 헤드헌터들이 몰려와 매킨지로, 골드만삭스로 가자며 애걸복걸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정도는 아니어도 입학해서 2년만 대충 때우면 마음대로 가고 싶은 회사를 고를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착각이다.
이런 착각은 MBA에 대한 인식부족이 그 원인이다.
고액연봉의 상징인 컨설팅펌과 투자은행에 MBA 출신들이 득실거리고 주한 외국기업들이 젊은 MBA들을 고위직으로 속속 기용하는 사례는 MBA에 대한 환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찬찬히 따져보자.
우선 컨설팅펌과 투자은행에 MBA들이 많은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거기서 일하다 "잠시" MBA 과정에 들어온 사람이 워낙 많아서다.
현재 와튼스쿨 1학년을 예로 들면 앤더슨컨설팅(현 엑센츄어)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전체의 7%인 52명이나 된다.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도 각각 38명,16명이다.
학비 전액을 지원 받고 돌아갈 회사가 있는 이런 사람들이 비즈니스스쿨 마다 적어도 20-30% 많게는 50%에 달한다.
이들이 복귀하거나 경력관리를 위해 서로 자리를 바꾸기 때문에 이들 업종엔 MBA들이 우글거리게 돼있다.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MBA과정에 합격했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재학 기간 내내 집중적인 공부와 네트워킹 그리고 강도 높은 취업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주한 외국인 기업들이 MBA들만을 발탁한다고 생각하는가.
임명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라.
직장생활 4,5년차가 되면 경력관리 차원에서 자연히 MBA과정을 밟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MBA라서 임명되는 게 아니라 해당분야에서 쌓은 경력과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MBA 출신 중에 국내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들로 KTB의 권성문 회장(미주리대)과 안철수컴퓨터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와튼스쿨)을 들 수 있다.
이들이 MBA 학위 하나만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순진한 사람이다.
MBA는 입학하고 나서도 4,5년 정도는 새 업무나 새 직장에 뿌리내리기 위해 더 써야하는 중기 경력관리 과정이다.
그 사이 실력을 길러야 하고 걸맞는 성과를 올려야 하며 필요한 경우 경력도 더 쌓아야 한다.
그러니까 비즈니스스쿨에 합격한다는 것은 정말 시작에 불과하다.
고시합격과 같은 목표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입학에서 졸업까지는 물론 새 회사 새 직책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넘어야할 고비가 너무 많다.
우선 입학 직후부터 "소방호수로 물붓기"로 비유되는 수업과 과제 속에 시달려야 한다.
같은 과목을 동시에 6개 듣는다고 상상해보면 얼마나 바쁜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1학기 중반인 11월부터는 취업에 결정적 변수가 되는 여름인턴십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매킨지 서울사무소를 예로 들면 올 여름 인턴십에 미국 전역에 있는 비즈니스스쿨에서 단 5명만을 뽑았다.
2학년 복귀하자마자 바로 취업 인터뷰가 시작된다.
경우에 따라 서너개 회사를 골라갈 형편이 되는 사람도 있지만 유수의 컨설팅펌이나 투자은행에서 인터뷰 초청을 받는 것 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사만 하면 끝인가.
2,3년의 경쟁을 이겨낸 60% 정도에만 20만달러 이상의 연봉이 보장되는 승진의 기회가 있다.
그 때 살아남아야 비로소 MBA 투자는 일단 완결되는 것이다.
기존 직장으로 복귀하거나 동종 업체로 옮겨가는 경우도 별반 다를 바 없다.
MBA 이전과는 전혀 다른 직책이나 직급에 앉게 되는데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져있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눈에 띄는 성과를 1,2년 안에 내지 못할 경우 더 빠른 속도로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고수익 고위험(high return, high risk)이라는 경제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력관리 계획을 10년 혹은 20년 기준으로 세우고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과정이 MBA일 때만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합격 하나로 모든 것을 챙기는 도박이 아니기 때문이다.
MBA를 고시처럼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고시는 합격하면 급여를 받고 바로 일할 준비에 들어가게 되지만 MBA는 합격과 동시에 돈과 시간이라는 새로운 투자가 겨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주미특파원.와튼스쿨 MBA재학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