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서.이홍렬이 꾸민 '맛있는 토크' .. 채널F '거인들의...'

한때 그의 한마디에 온 나라가 웃고 울던 때가 있었다.

국내 희극영화의 시조가 된 ''오부자'',KBS 라디오의 ''홀쭉이와 길쭉이'',안방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MBC TV의 ''웃으면 복이와요''.반평생을 희극인으로 살아온 국내 코미디계의 산증인 구봉서(74)씨가 현역 인기 개그맨 이홍렬과 한자리에 마주앉았다.

음식을 들며 명사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케이블TV 채널F의 ''거인들의 저녁식사''(연출 이용렬).

지난 22일 녹화를 위해 리츠칼튼호텔 양식당에 모습을 드러낸 구봉서는 여전히 정정한 모습이다.고희를 넘긴 나이탓에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것 말고는 예전과 달라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홍렬이 "선생님의 머리카락이 하나도 안빠지셨네요"라며 부러워할 정도다.

"그럼 내가 빠졌으면 좋겠어? 자네처럼 머리카락이 빠진 사람은 호르몬이 많아서래.내말 맞지?" 되받는 투가 여전하다.대선배 앞에서 현역 최고의 ''수다쟁이'' 이홍렬도 얌전한 고양이다.

오늘의 메뉴는 안심스테이크와 양갈비.

식사가 나오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레 옛시절로 돌아간다.예전같지 않은 코미디계의 분위기에 대한 구씨의 촌평이 이어진다.

"지금은 나를 한번 웃겨봐라는 투로 코미디를 지켜보지만 예전에는 관객들이 참 순수했어요.요즘은 연기와 까부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이 친구(이홍렬)가 내 나이쯤 되면 ''웃으면 복이와요''같이 순진한 프로가 복고풍으로나 나올까….지금 분위기로는 힘들지"

이홍렬도 맞장구를 친다.

"맞습니다.무엇보다 집안에 어른이 있듯 코미디계에도 활동하시는 어른들이 많이 계셔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참 아쉽습니다"

50년대 고생스러웠던 악극단 시절에 대한 추억과 코미디언의 애환 등 이날 녹화에서는 평소 TV에서는 들을 수 없는 진솔한 대화가 이어졌다.

"돌아보면 남편과 아버지로서는 영점이었던 것 같아요.신혼 첫날밤에도 술 마시느라 못들어가고 코미디한다고 애들한테도 제대로 신경을 못썼어요.이제와서 후회가 많아요"

늘 ''웃음에는 명퇴가 없다''고 말하는 구씨.

코미디를 하다가 무대 위에서 쓰러지는 게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코미디에 대한 그의 열정과 오기는 대단하다.이날 녹화분은 오는 3월1일 오전11시에 방송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