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경영] (7) '사랑으로 출발하라'..김영세 <이노디자인대표>

비즈니스는 냉엄한 것이고 시장은 마치 전쟁터처럼 살벌한 곳이라고만 여기는 사람들에게 디자인과 사랑을 묶어 이야기하는 것은 자칫 이해하기 힘든 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사랑은 좋은 디자인을 탄생시키는 키워드임에 분명하다.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모든 정성을 쏟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려는 것은 물론이고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한다.

그가 불편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열심히 연구한다.혹시 자신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라도 다 동원하고야 만다.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못 하는 일이 없으며 심지어 사랑에 목숨을 걸 때도 있다.

이것은 바로 디자이너가 사용자를 향해 가져야 할 마음자세와 비슷하다.디자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마음과 정성으로 시작해야 한다.

자신이 개발하려는 제품의 예비 소비자를 마치 사랑하는 사람처럼 마음속에 그려 놓고 정성을 쏟아 디자인한다면 그 상품을 사용하는 이의 만족도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지난해 어버이날에 열여섯살짜리 아들이 아내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했다.그 아이가 직접 만든 그 선물은 흔히 볼 수 있는 쿠폰책 같은 것이었다.

표지에는 "어머니를 위한 쿠폰"이라고 씌여 있었다.

엄마를 위한 청소 세차 설거지 마사지 등 여러 서비스 항목을 한 장씩 적어서 묶은 것이었다.

쿠폰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탄성을 지르던 아내도 "3개월간 유효"란 대목에서는 피식 웃고 말았지만 맨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 우리 부부는 정말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내의 눈에는 보일락말락 눈물까지 맺혔다.

마지막 장의 쿠폰 내용은 바로 "엄마를 진정으로 사랑하기"였고 유효기한은 "영원히..."였다.

어머니를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아들은 그런 쿠폰을 만들수 있었을 것이다.

또 어머니를 즐겁게 해주려는 마음이 컸기에 그런 내용을 찾아 적을 수 있었을 것이다.

디자이너의 마음은 바로 이래야 한다.

자신이 디자인하는 상품의 소비자를 누구보다 사랑해야 그 소비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넥타이 디자인을 예로 들어도 마찬가지다.

재미있고 기발한 패턴을 그리면 고객들이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씩 사갈 것이라는 자세만으로는 감동을 주기에 부족하다.

아무리 재미있고 기발해도 무덤덤한 마음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나의 취향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취향을 그리기에 앞서 고객이 좋아할 만한 것을 먼저 찾아내고 그의 옷과 어울리며 분위기와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궁리해야 한다.

트렌드를 살피고 사용자의 불편함과 약점이 무엇인가를 알아내서 이를 보란듯이 해결해 주어야 감동을 줄 수 있다.

남에게 넥타이를 선물할 때도 마찬가지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취향이 아니라 받을 사람의 취향이다.

넥타이를 고르는 것은 "나"이지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선물을 받을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보다 치밀하게 이런 점들을 따질 것임은 물론이다.

지루하고 짜증이 나더라도 사랑의 마음으로 이 과정을 제대로 챙겨야 한다.

유니폼을 입히듯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디자인이어서는 결코 상품으로 성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내는 아이가 디자인해서 만든 사랑의 쿠폰을 선물로 받고 무척 오랫동안 행복해 했다.

한 장씩 떼어 쓸 때마다 웃음꽃이 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마음을 눈에 보이게 전달하는 것.

이를 통해 사용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디자인의 힘이다.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회사의 브랜드를 달고 출시되는 제품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디자이너는 다른 어떤 사람보다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마음을 열고 많은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어떤 어려운 일이든 즐겁게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바로 이것이 디자이너는 물론 기업이 함께 가져야 할 귀중한 덕목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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