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나스닥에 울고 웃는 미국경제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 전재 ]

미국 경제의 움직임이 점점 더 나스닥 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다. 물론 최근 나스닥 지수의 움직임을 보면 이같은 가정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첨단기술 관련 업체들이 미국 경제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기술주들이 주로 몰려있는 나스닥이 미국 경제의 움직임을 반영한다는 가정은 다소 이상해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11~12월 나스닥 지수가 크게 떨어졌을 때 자동차를 포함한 소매판매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1월 나스닥이 반등했을 때 소매판매 역시 반등했다.

사실 몇몇 분석가들은 지난 96년부터 이같은 현상을 발견했다.

나스닥 지수는 미국 경제,특히 미국 소비지출의 증감추세와 거의 같은 움직임을 보여왔다. 뉴욕의 컨설팅 업체인 ISI그룹은 소비지출 수준을 결정하는데 나스닥지수가 가처분소득 수준보다 4배나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만약 이같은 가정이 사실이라면 나스닥지수가 최근 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지난 1월중 나스닥의 반등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주로 비교적 연륜이 짧은 첨단기술 업체들로 구성된 나스닥지수가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이처럼 잘 반영한다는 것은 미국의 첨단기술업체들이 미국경제의 붐을 가져오는데 뿐아니라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데도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뜻한다. 우선 첨단기술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90년대말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들은 대부분 기술주였다.

지난해 3월 이후 주식시장 붕괴 역시 기술주의 주가하락이 주도했다.

그때부터 나스닥은 절반이하로 떨어졌고 기술주 비중이 높지 않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주식들의 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다.

첨단기술 업체들은 직원들에 대한 보수로 스톡옵션을 많이 부여한다.

지난해 나스닥 주가 하락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수익은 20억달러나 감소했다.

스포츠유틸리티 비클중 가장 비싼 대당 7만달러를 넘는 모델의 판매는 기술주가 하락하기 시작한 후 눈에 띠게 감소했다.

나스닥은 단지 개인 소비자들의 소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와 정보처리 장치 부문에 대한 투자가 전체 투자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리고 지난해 이 부문 투자가 미국 경제성장의 30%를 담당했다.

나스닥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이같은 투자를 한 회사들이 돈을 많이 벌게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주가 하락은 반대의 경우를 의미한다.

나스닥 하락은 자본비용을 높여서 더욱 투자를 위축시킨다.

분명히 나스닥은 하나의 지표에 불과하다.

그리고 나스닥 하락의 영향은 다소 과장돼 경제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나스닥지수의 움직임과 미국경제의 움직임간에 일정한 관계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나스닥은 사람들의 경제에 대한 신뢰감에 다소 과장된 영향을 미친다.

나스닥의 움직임은 언론의 주목을 끌게되며 모든 사람들이 나스닥에 대해 말하게 만든다.

인터넷 업체의 대량해고 기사는 전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지난달 1천3백명을 해고하겠다고 아마존의 발표는 거의 같은 시기 소매업체인 숍코스토어가 2천5백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오랫동안 미국의 경제적인 풍족함의 상징이었던 나스닥이 이제는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 붕괴의 상징이 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갖고 있는 신뢰의 정도는,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분명히 밝혔듯이,미국경제가 침체까지 갈 것인지 단순한 경기둔화에 그칠 것인지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정리=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 2월26일자 "Outlook"이라는 칼럼에 게재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