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나 슬럼프 아닌데..." .. 두바이대회 다잡은 우승 왜 놓쳤지?

세계 남자골프 랭킹 1위 타이거 우즈(26·미국)가 좀 이상하다.

지난해 세계 무대를 호령했던 ''위용''은 찾아볼 수 없고 투어 정상급의 고만고만한 선수들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일부에서는 ''슬럼프가 아닌가''하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승을 올린 우즈는 올 들어 미 PGA투어 5개,유러피언 PGA투어 1개 등 모두 6개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우승은 한 번도 못했다.13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지만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한 데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지난 4일 끝난 두바이데저트클래식을 보자.

우즈는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최종일 최종홀에서 참담한 더블보기를 범하며 우승에서 멀어졌다.17번홀까지 공동 선두였던 우즈는 18번홀(5백47야드)에서 티샷과 세컨드샷이 잇따라 러프에 빠지고 1백50야드 거리에서 친 9번아이언 서드샷마저 물에 빠져 더블보기를 한 것이다.

우즈가 더블보기-보기를 한 홀이 모두 파5홀이라는 것이 더 큰 충격이다.

우즈는 지난해 ''파5홀 버디횟수'' 1위(55.5%)를 차지했었다.또 ''홀당 퍼팅수''에서는 2위(1.717회)를 기록했다.

지금 슬럼프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즈는 "그렇지 않다.우승만 하지 못했을 뿐이지 평균스코어는 지난해 초반과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두바이대회 최종일 우즈와 함께 플레이한 토머스 비욘도 "우즈는 여전히 위력적인 스윙과 샷을 갖고 있다"며 우즈의 말을 뒷받침했다.

우즈가 우승을 하지 못한 이유는 슬럼프 때문이기보다는 다른 데서 찾아야 할 듯하다.

2001시즌 미 투어 10개 대회에서 조 듀란트만이 유일하게 2승을 거두었고 우승자가 모두 다르다는 것에서 보듯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된 점을 첫 번째 꼽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대회에 임하는 우즈의 자세다.

지난해처럼 우승이 절실해 보이지 않는다.두바이대회만 해도 총상금(1백46만달러)보다 많은 2백만달러의 출전료를 받았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욕망이 희석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