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왕건' 100회...이젠 왕건이 중심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이 오는 11일로 1백회를 맞는다.

1백회분부터 오는 4월 중순까지 1개월여동안 궁예의 몰락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린후 드라마의 무게중심을 견훤과 왕건으로 옮겨갈 예정이다.이 과정에서 그동안 강렬한 이미지로 드라마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궁예가 어떻게 죽음을 맞을지가 단연 관심사다.

''고려사''에는 궁예가 민가에서 음식을 훔쳐먹다 백성들에게 맞아 죽는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작가 이환경은 고심끝에 명예롭게 자결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로 결정했다.

"역사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사관"이라고 강조해 온 평소 지론대로 ''승자의 기록''인 역사서보다 작가의 상상력에 더 무게를 둔 셈이다.1백12회에서 궁예가 죽음을 맞은 후 드라마는 견훤과 왕건의 대결을 집중적으로 그릴 계획이다.

안영동 주간은 "궁예의 죽음 이후 드라마의 인기가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왕건과 견훤이 일생일대의 승부를 벌이는 대구 동수전투 등 앞으로도 웅장한 전투신과 드라마적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 변함없이 인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조 왕건''은 오는 12월 1백84회로 종영할 예정이다.한편 지난 6일 63빌딩 국제홀에서 열린 ''태조 왕건 1백회 자축연''은 안방 극장의 ''지존'' 자리를 줄곧 지켜온 KBS의 간판 드라마답게 화려하게 치러졌다.

박권상 KBS사장을 비롯 이만섭 국회의장,이한동 국무총리,문화관광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까지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밤 늦게까지 예정됐던 KBS의 국회 결산보고도 태조 왕건 자축연 덕분에 일찌감치 끝났다.왕건 역의 최수종의 인사말로 시작된 이날 행사중 이만섭 의장의 드라마 평이 단연 화제였다.

드라마가 시작된 이후 1회도 빼놓지 않고 시청했다는 이 의장은 "제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한두명 빼고 모두 이 드라마를 보는 것으로 봐서는 시청률이 80%는 넘는 것 같다"는 덕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왕건의 세 부인은 물론 휘하 장수들의 이름까지 일일이 열거해가며 설명할때는 출연진들도 놀란 표정이었다.

이 의장은 "항간에 아지태를 빗댄 말들이 오가기도 하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궁예의 몰락과정에서는 민심을 배우고 왕건으로부터는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큰 일을 해낸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뼈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이날 행사에는 드라마 세트장이 있는 문경 제천 안동 이천 시장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