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프로정신 .. 이장우 <이메이션코리아 사장>

이장우

토마토를 집어던지는 새로운 TTL 광고.이 광고를 보고 어느 할머니가 "요즘엔 토마토도 선전하냐"고 말했다고 한다.

문화의 코드는 세대마다 다르다.

TTL 광고는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지만 할머니에게는 선전하는 대상 자체가 잘못 전달되었던 셈이다.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젊은 문화와 접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 딸 재니는 나에게 젊은 문화와의 창이 된다.

그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젊은이들의 생각과 기호에 대해 알게 되고 때론 나도 그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해 보기도 한다.조성모 역시 재니를 통해 그 진가를 알게 된 가수다.

얼마전 미국에 출장가는 통에 재니의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할 수가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졸업식 대신 인천에서 열리는 조성모 콘서트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그런데 콘서트 1주일 전 조성모가 촬영도중 팔에 부상을 입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공연 자체가 취소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성모는 달랐다.

조명이 켜지고 무대에 선 그를 보니 팔에 깁스를 한 채였다.

그는 쉴새없이 노래하고 춤추며 관중들과 같이 호흡했다.

그는 변신에도 성공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은 발라드풍 노래에서 ''다짐''이란 댄스곡으로 완전히 새로운 목소리와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이끌어 나갔다.

오후 3시에 시작한 공연은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 청중들의 계속되는 앙코르 요청으로 인해 6시가 넘어서야 겨우 끝날 수 있었다.

다음 공연이 한 시간 후인 오후 7시부터였기 때문에 그는 저녁식사는 고사하고 잠시 쉴 겨를도 없이 다음 무대를 준비해야 했을 것이다.

그날 조성모의 열정과 카리스마는 중년의 나도 들썩거리게 할 만큼 대단했다.

그가 깁스를 하고도 무대 위에 섰던 것 그리고 과감한 변신을 한 것은 아마도 그의 탄탄한 노래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그의 공연을 보면서 진정한 프로란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딸과의 약속을 지키고 젊은이들과 흥겨운 분위기 속에 젖고 싶은 마음에 간 콘서트였지만 내가 거기서 확인한 것은 세대를 뛰어넘은 프로정신이야말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경쟁력의 기본이라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