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경쟁력이다] (16) '경제학자' .. '경제모델' 연구 앞장

경제.경영학은 남성의 학문으로 불린다.

냉철한 판단력과 수학적인 논리정연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여성은 감성적"이라는 선입견에선지 경제관련 학문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잘 어울리는 학문으로 인식돼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경영.경제학을 이끌어 온 인물도 한결같이 남성들이었다.

여성들의 참여는 극히 저조하다.서울대 연대 고대 등 3개 대학의 경제관련 학과 교수는 약 2백명.

그러나 여성 교수는 한 명도 없다.

전국 대학을 다 뒤져도 여성 경제.경영학과 교수들을 찾기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다.그러나 이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금녀의 학과"에 하나 둘 씩 여성 교수들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김종의(58)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서울대 상대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지난 67년부터 국민대에서 교편을 잡은 현역 최고참 여성 경영학과 교수다.

84년 UC어바인대학에서 마케팅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해 숙명여대에 부임했다.

이 대학 경상대학장을 거쳐 현재 부설 경영·경제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한국 외국어대학의 김애실(55) 교수도 한국 여성 경제학계의 산증인이다.

지난 65년 경기여고를 졸업한 뒤 유학길에 올라 하와이대학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78년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80년 외대로 옮겼다.

여성 경제.경영학자로는 유일하게 부총장까지 오른 인물도 있다.

한국 여성 최초의 MBA 취득자이기도 한 정희선(55) 덕성여대 부총장.

73년 이 대학 경영학과 전임강사로 교수의 길을 걷게 된 정 부총장은 88년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회과학대학장 및 대학원장을 거쳐 지난해 부총장으로 임명됐다.

수년간의 학내분규로 곳곳에 갈등이 상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려운 직책을 맡게 됐지만 여성 특유의 합리성과 부드러움을 살려 각종 현안을 원만하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강대 전성빈(48) 교수는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다 대학원에서 회계학으로 전환한 케이스.

기업도산에 관한 논문으로 미국 UC버클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환란 이후 핫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도산과 은행경영 분석 전문가로 인정받아 지난해엔 은행 경영평가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양대 신호영(47) 교수도 19년째 교수직을 수행하고 있는 고참 교수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MBA를 취득한 후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작년 12월 ''합병의 장기성과에 관한 연구'' 등 시의성있는 논문을 발표한 신 교수는 99년엔 주부들을 위한 주식투자 지침서를 내기도 했다.

이화여대의 강혜련(44) 교수는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인사조직과 산업조직 심리학을 전공했다.

''전문여성으로서의 삶''을 강조했던 아버지의 격려로 경영학을 선택했다는 강 교수는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95년 이 대학에 부임했다.

현재 학생상담센터 소장도 겸임하고 있는 강 교수는 "여성이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선 ''화초''가 아닌 ''잡초''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여학생들에게 병영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사회생활에 융화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데 힘을 쏟고 있다.

성신여대의 성효용(37) 교수는 미시간주립대와 뉴욕주립대에서 각각 화폐수요 이론과 기업투자정책론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99년 이 대학에 부임했다.

성 교수는 "정부의 경제정책 및 기업정책에 관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대 경제.무역학과의 이종은(31) 교수는 ''새내기'' 교수다.

서울대 경제학과 89학번인 그는 영국 런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이 교수는 올들어 공적자금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해 보자는 취지에서 경실련 금융개혁위원회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