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아시아클럽과 한국 .. 김중수 <경희대 경제학 교수>

세계은행은 ''동아시아의 기적''이란 연구보고서에서 1965년∼1990년 동아시아 23개국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 더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며, 이러한 괄목할 성과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기록한 8개국 덕분이라고 평가해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일본, 네마리 용이라고 불리던 홍콩 한국 싱가포르 대만,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3대 신흥공업국이라고 불리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이 그 8개국이다.불과 몇년내에 유례없는 경제위기가 이 지역에 닥쳐 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이 지역에 또 다른 경제위기를 불러올 원인제공자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역시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

보고서는 이 국가들의 급속한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건전한 경제개발정책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시장개입은 이 지역 경제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 개입이 경제성장을 촉진시켰다는 실증분석을 제시할 수는 없다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특정 산업의 육성, 국내 산업의 보호, 사양산업에 대한 보조, 이자율 통제, 산업별 수출 목표설정 등 과거 우리가 오랫동안 시행해 왔던 정책들을 주요 개발정책 사례로 들고 있다.동아시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을 제시한 IMF(국제통화기금)는 이러한 개발정책과 제도들이 경제위기를 잉태하는 요인이라고 비판했으며, ''급속한 경제성장의 요인''으로 분석된 제도와 정책이 이제는 ''경제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세계은행이 동아시아 경제의 허상을 보았다고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동태적으로 발전하는 개발도상국들은 급변하는 글로벌경제환경의 부작용에 세심히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경고하지 못한 것은 분석의 한계라 할 수 있다.동아시아국가 경제발전 전략에는 보고서에서 제시한 유사한 점이 물론 있다.

그러나 한가지 강조해야 할 사항은 이 국가들이 경제정책이나 제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전적으로 서로 협조하는 체제가 구축돼 있지 않았다는 점을 보고서는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아스럽게도 협조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지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97년의 아시아 경제위기가 ''전염효과''라는 글로벌경제의 특성에 의해 이 지역 경제에 급속히 확산됐다는 분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들은 이에 대한 대응조치를 아직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가 재발할 경우, 전염효과를 차단할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경제발전 역사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점이다.

유럽국가들은 ''로마클럽'' ''파리클럽''과 같이 공동관심사항인 특정목적에 대한 경제협력을 논의한 경험이 많다.

EU(유럽연합) 경제통합으로 이제 각국의 화폐는 사라지고 동일한 통화를 사용하게 돼있다.

아시아경제는 유럽경제에 비해 진정 동질성이 결여돼 있는가.

왜 아시아국가들간에는 경제협력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가.

아시아클럽은 실천될 수 없는 개념인가.

아시아의 딜레마는 아시아경제의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정보를 교환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정책협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조차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화는 미국화를, 아시아 각국의 경제가 동질화될 수 없기에 시장경제제도로의 수렴이론은 궁극적으로 아시아경제의 서구화를 기도하는 것이기에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적 시각이 아시아에는 넓게 퍼져 있다.

아시아인들끼리 뭉쳐서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은 글로벌경제에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경쟁력이 낮은 경제주체들끼리 힘을 모아 경쟁력을 높인 경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클럽이 형성되지 못하는 연유가 바로 이러한 폐쇄적 사고에 있지는 않을까.

우리도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는 없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라고 해서 아시아경제와의 협력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닌가.

누군가는 아시아국가간 정책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아시아에서 소외되는 한국이 아니라,아시아클럽을 주창하고 선도하는 한국의 모습을 기대한다.

chskim@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