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쌍무무역관계 바람직한가

10년전 많은 이들은 거대한 무역블록이 대중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다자주의를 능가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역사는 그것이 잘못됐음을 입증했다.그러나 세계가 깨어나지 않으면 그러한 예언이 실현될 수도 있다.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후신으로 탄생한 세계무역기구(WTO)가 또다시 지역주의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잠재적으로 3개 블록으로 나누어진 무역체제의 그릇된 모습 대신에 자유무역협정의 형태로 호혜쌍무무역협정(PTAs)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6년전까지만 해도 PTAs는 1백여개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4배나 많아졌고 전세계적으로 정치적 의제가 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는 유럽에서 시작돼 아시아 미국 남미로 전염되고 있다.

차별적인 무역자유화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거대한 욕구는 PTAs의 확산을 가져온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무지가 열악한 정책선택을 조장한 하나의 이유다.

쌍무적.차별적 무역자유화가 다자간.비차별적인 무역자유화보다 훨씬 열등하다는 것을 아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되지 않은 정책결정과정이 나쁜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이다.쌍무관계가 증가하게 되면 호혜취급을 받지 못하는 국가와의 무역은 된서리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의 영향력있는 로비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미국이 더 많은 PTAs에 가입할 것을 촉구해 왔다.

이러한 정서는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쌍무적 주도권을 촉발했다.

인도와 호주의 정책당국자들은 이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1930년대 초반 각국은 세계수요 증대를 위해 협력하기보다 자국의 수출을 대규모 실업난 해소책으로 활용하면서 무역장벽을 쌓기 시작했다.

현재 각국은 비효율적인 쌍무무역정책에 매달리며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쌍무무역관계는 시스템상의 혼란을 야기한다.

수입국 각각에 따라 무역장벽이 차등 적용된다.

쌍무협상 내용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은 상품에 대해서도 관세축소 일정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쌍무무역관계에 있는 국가들 대부분은 협정내용이 서로 큰 차이를 가진 쌍무협정을 맺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두가 얻는 것이 없고 오히려 잃게 된다.

특히 가난한 나라들이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빈국의 기업들은 이러한 혼란스런 협정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그만큼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경제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과 EU가 맺고 있는 각종 무역협정에서도 차별적인 호혜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개도국에 특히 높은 비용부담을 야기할 지식재산권 보호와 노동기준 등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행정부는 거대한 지역 호혜무역협정인 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FTAA)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죌릭 대표는 확고하고 두려움없는 자유무역 신봉자다.

그러나 그는 쌍무무역관계를 포기하는데 따른 위험성을 잘 알고 있어 이러한 추세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무역체제는 갈림길에 이르렀다.

지식인과 경제학자, 선진국과 빈국 정부들이 협력해 WTO내에서 새로운 무역라운드를 출범시키지 않는다면 다자간 무역체제의 미래는 위기에 놓일 것이다.

정리=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

이 글은 컬럼비아대 자그디시 바그와티 경제학 교수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