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디지털 디버전스 .. 이장우 < 이메이션코리아 사장>

이장우

얼마 전 아내가 읽는 생활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거기에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생활지혜 몇 가지가 소개돼 있었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나로서는 눈이 번쩍 뜨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전화하면서 개수대의 그릇 정리하기,외출해서 지하철 타고 가면서 장볼 것 메모하기….제품 개발자는 여러 기능을 갖춘 복합 다기능 제품(One fits all)을 꿈꾼다.

디지털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이같은 꿈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요즘에는 단지 꿈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디지털 컨버전스(통합:convergence)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PDA(개인휴대단말기)와 전화기를 결합시키는 것에서 시작해 일본 카시오에서는 손목시계 겸 초소형 디지털카메라도 나왔다.

MP3와 카메라를 묶으려는 시도도 있다.

삼성전자와 서울대가 공동으로 ''디지털 컨버전스''과목(3학점)을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설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하지만 컨버전스가 진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고 필요로 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시작하고 있는지 되새겨보아야 한다.

컨버전스란 개념에만 사로잡혀 소비자와 고객이 진정으로 바라고 있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니즈와 욕망을 놓치면 곤란하다.

최근에 나온 결과를 보면 소비자는 다기능·다복합 제품보다는 오히려 간단하고 편리하며 한 가지 용도로 쓸 수 있는 단일 제품을 원하고 있다고 한다.

전화기면 전화기,PDA면 PDA지 복합 다기능 제품은 사용하기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단순히 기능만 종합한 제품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여러 제품의 복합·통합화에 주저하지 않는 것은 컨버전스에 대한 착시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디지털카메라는 그 자체로,손목시계는 손목시계대로,PDA는 PDA대로 발달하고 성능이 개선될 것이다.

이것이 컨버전스와 반대되는 디버전스(분산:divergence)이다.

디버전스에서 디버서티(다양성:diversity)가 나온다.다양성과 독창성이 요구되는 디지털시대에는 디버전스가 우리의 새로운 사고가 될 수 있다.

고객 개개인을 위해 보다 다양하고,깊이가 있는 편리하고 친근한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