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주총] '高배당 요구' 소액주주와 마찰..현장스케치

12월 결산법인중 2백20개 거래소 상장기업과 1백42개 코스닥 등록기업 등 모두 3백62개 상장·등록기업이 16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로써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쳐 전체 1천83개 12월 결산법인중 이날까지 주총을 마친 기업은 5백4개(46.5%)로 늘었다.이날 주총장에선 고액배당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과 회사측이 곳곳에서 격돌했다.

특히 전년 실적이 안좋은 회사들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부진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하며 경영진을 몰아붙였다.

SK텔레콤은 이날 주총에서 이사회 인원을 12명으로 1명 늘리고 절반인 6명을 사외이사로 구성했다.주총 결의사항이었던 주식매수 선택권을 이사회 결의로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주식 소각 조항도 신설했다.

이익배당금은 배당률 1백8%인 주당 5백40원으로 결정했다.

현대자동차 주총에서는 보통주 기준으로 12%(지난해 10%)의 현금배당을 실시키로 했다.포철도 이날 민영화 이후 첫 주총을 열고 ''동일인 3%초과 주식취득제한''조항을 삭제하고 이익소각및 주식매수선택권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등 정관을 변경했다.

작년 6월 취득한 자사주 3%를 다음달 4일 이후 소각하고 현금배당 50%(액면가 기준)를 실시키로 결의했다.

[ 조광페인트 ] 경영권 장악을 노리고 있는 개인주주 연합은 회사측이 취한 주총 연기를 무시한 채 이날 부산 사상구 삼락동 조광페인트 본사 앞에서 단독 임시주총을 열고 자체 이사와 감사를 선임했다.

심종섭씨등 44명으로 구성된 개인주주 연합은 이날 본사 진입을 시도했으나 회사측이 노조원과 지게차등을 동원,정문을 봉쇄하자 회사앞 공터에서 심씨를 임시의장으로 선임한 뒤 10시10분부터 30분간 주총을 강행.

주총에서는 재무제표승인의 건,이사보수한도의 건등 통상적인 안건은 상정한지 않은채 이사선임과 감사선임등 2개 안건만 올려 개인주주 연합측이 자체 추천한 인사들을 경영진으로 선임.

개인주주연합측의 본사 진입과 관련,회사에 "작전세력 물러가라"는 플랭카드가 내걸리고 경찰까지 출동했으나 별다른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한편 개인주주 연합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아이앤에스 법률사무소의 조영길변호사는 "당초 예정된 주총 하루전에 주총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주총장을 봉쇄한 것은 엄연한 주주권 방해 행위"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민.형사상의 법률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 한국전력 ]

경찰 3천여명의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됐다.

노조가 발전부문 분할 및 민영화에 반대,주총 저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전 노조는 15일 법원의 주총 방해 금지 결정에도 아랑곳없이 발전부문 분할 및 민영화에 반대하며 주총 저지를 시도했으나 경찰의 원천봉쇄로 주총장 진입에 실패.

다만 노조원 중 10여명은 주주 자격으로 주총장에 참석,강력하게 반발.

이들은 개회선포 직전 정부측 주주 위임장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주주명부를 확인하자며 20여분간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으나 강제 퇴장 당하기도.

한전은 경찰의 ''도움''으로 예정대로 발전부문 분할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한전 발전부문은 다음달 2일 5개 화력발전과 1개 수력·원자력발전 자회사로 분할된다.

[ 현대차 ]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주총에서도 배당률을 놓고 회사측과 주주 사이에 뜨거운 설전.

서동식 우리사주조합장은 "증자에 참여할 당시와 현재의 주가차이로 인해 우리사주를 인수한 임직원이 커다란 손해를 보고 있다"며 "회사에서 보상해줄 의향이 없느냐"고 질의.

주총의장을 맡은 이계안 사장은 이에 대해 "액면가 기준으로 배당률은 12%에 불과하지만 시가를 기준으로 한 배당률은 4.9%로 삼성전자,포항제철 등에 비해 2배 이상 높다"고 설명.

이 사장은 또 "우리사주 인수는 사원들이 결정한 것이므로 회사가 손실을 보상해 줄수는 없고 다만 주가 상승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방침"이라고 답변.

한편 이날 주총장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파견한 비상임 이사인 토마스 시들릭씨가 참석해 눈길.

[ S-Oil ]

중간배당을 포함해 총 50%의 고배당을 결의한 S-OiL의 주총은 개시 30분만에 상황이 끝나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 한 소액주주는 "경영성과나 배당액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지만 외화환차손으로 당기순이익이 줄어든게 아쉽다"고 토를 달았지만 얼굴에는 미소.

손성태.조재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