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미국 車부품시장이 뜬다] (中) '무너지는 장벽'

세계자동차산업의 중심인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 다운타운에서 차로 30분정도 달리면 자동차부품공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메디슨하이츠가 나온다.

윈도우 레귤레이터 생산업체인 광진상공(대표 권영직)이 둥지를 트고 미국 업체들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곳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당당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 회사가 디트로이트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꼭 10년전인 90년대초.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완성차업체의 구매담당을 만나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6개월간의 수소문 끝에 겨우 GM의 구매부서와 끈을 댈 수 있었다.

그로부터 부품납품 능력을 인정받고 견적을 제출하는 등 94년 말 첫 주문을 따내기까지 무려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95년 국내기업으로는 처음 미국시장의 납품자격증격인 QS9000을 획득했고 97년엔 GM의 ''올해의 우수 납품업체''로 지정됐다.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증거.

이춘지 지사장은 "역경을 이겨낸 결과 지금은 GM 등 미국시장에 연간 5천만달러 이상을 안정되게 수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광진보다 몇해 늦게 진출한 (주)현양에도 디트로이트는 황무지였다.주종목인 볼,조인트,조향장치 등을 팔기 위해 4년 연속 자동차부품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남다른 공을 들였다.

사장이 직접 구매담당자들을 찾아 나섰고 천신만고 끝에 납품수주에 성공했다.

미국의 ''빅3'' 등 완성차업체들이 요구하는 부품 납품기준은 크게 두가지.

완성차생산에 사용됐던 검증받은 기술력과 자기들이 직접 생산할 때 들어가는 비용의 70% 이하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격경쟁력이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뿐"이라는 게 무역투자진흥공사 미주본부에서 부품사업지원을 총괄하는 권중헌 차장의 얘기다.

"대만기업이 자동자부품 AS시장에는 활발하게 진출하면서도 아웃소싱시장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완성차의 품질을 보장하기 어려운 낮은 품질수준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공장이전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자동차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캐나다는 이미 한국부품의 품질수준을 인정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워크아웃에 따라 대우에 부품을 공급해오던 업체 중 국제품질요건과 기술력을 갖춘 회사를 소개해 달라는 문의까지 있다"는 최진계 토론토(캐나다) 무역관장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캐나다자동차부품협회는 오는 10월 부품투자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고 밝힌다.

캐나다 자동차부품협회는 지난 1월 한국을 6대 협력유망국가로 지정하고 한국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과 공동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있을 정도다.

북미지역이 자동차부품 수출 유망지역으로 대두되면서 제2,제3의 광진과 현양을 꿈꾸는 국내 업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SAE자동차부품박람회엔 지난해(16개)보다 두배 이상 많은 35개사가 참여했다.

경기도의 경우 아예 도 차원에서 30여개 부품회사들을 모아 오는 5월 디트로이트와 토론토에서 단독 순회 전시상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무역투자진흥공사도 현지 무역관을 해외부품시장 개발 전위대로 만들 생각이다.

뉴욕의 미주본부를 중심으로 시장조사 바이어발굴 상담지원 등 떠오르는 부품산업을 공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제 한국 부품업체들의 용기있는 도전만 남은 셈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