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外風에 겁안낸다...美 금리.나스닥 충격에 '무덤덤'

"이변"이 일어났다.

전날 미국 나스닥지수와 다우지수가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는 21일 소폭이나마 상승했다.코스닥지수도 약보합세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가가 이미 충분한 바닥다지기를 해온 상태여서 이같은 외풍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개인들이 섣불리 투매에 나서지 않고 오히려 순매수에 나서는 침착함을 보인데다 외국인이 5천계약에 육박하는 선물을 순매수한 것이 용기를 심어줬다.실상이 그렇다.

외국인은 둘째로 치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장이 열리기 전부터 의외로 차분함을 보였다.

서울 방배동에 사는 박 모씨(51)도 그중 한 사람.박 씨는 이날 오전 8시 모처럼만에 인근 증권사 객장에서 열린 A투자클럽 회의에 참석했다.7명이 모인 이날 회의에서는 동시호가상황을 세밀히 체크하면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매도보다는 저가매수가 낫다''는 결론을 냈다.

시가가 520.71에 형성되는 순간 박씨는 손절매를 생각했으나 투자클럽의 결론을 믿기로 했다.그리고 결과는 성공.

◇미국 금리인하의 영향=박씨가 속한 A투자클럽은 이날 아침 모임에서 미국이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것은 분명 악재라고 입을 모았다.

비록 ''추가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긴 했지만 시장기대치인 ''0.75%포인트 이상''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지만 회원중 한명이 "금리인하폭보다는 내일새벽(현지시간 21일)발표되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이 더 큰 변수"라며 "금리인하는 이미 반영됐다"고 주장,이를 받아들여 투매를 자제키로 했다.

이런 견해에 대해 증권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조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악재만은 아니라는 시각이 강하다.

"미국이 전격적인 추가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데다 미국의 금리인하를 계기로 세계적인 금리인하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김경신 리젠트증권 이사)"는 이유에서다.

◇종합주가지수 520은 철벽=A투자클럽 회원들은 국내 경제체질상 종합주가지수 520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입을 모았다.

520이 무너져도 500은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 민심수습이 급한 정부가 이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란 논리였다.

520선 붕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의 경우에도 이미 상당한 평가손을 보고 있는 만큼 대규모 매도는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아마추어의 이런 진단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유보적 태도다.

물론 "경제여건및 정부의지만을 감안할 경우 520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엔·달러 환율이 1백40엔대까지 근접하고 미국 주가가 추가로 곤두박질칠 경우 손절매에 익숙한 외국인이 마냥 뒷짐을 지고 있지는 않을 것(박준범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이라는 점에서 500붕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매매 자세=전문가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태도를 권한다.

"시장에 참여하더라도 세계 주가가 일정한 방향을 잡을 때까지는 중소형 개별주 위주로 단기매매가 바람직하다(홍성국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장)"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렇지만 박 씨가 속한 A투자클럽은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결론을 냈다.단기적으로 손실을 볼지 모르겠지만 올해안에 ''큰 장''이 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우량주를 싸게 살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