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MBA 바로보기'] (7) '위험감수'라는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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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MBA과정에 진학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최종 목적지는 어딜까.
예외적인 경우가 적지 않지만 "10년쯤 뒤 한국에서의 성공"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인 방향은 자기 사업을 하는 경우와 대기업에서 "큰 역할"을 맡는 것으로 갈린다.
너무 단순화한 결론 같지만 주류는 분명 그렇다.
우선, 외국이 아닌 이유는 많다. 졸업 직후부터 현지에서 일하다 여러 사정으로 남게 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평생 외국에서 살기 위해 MBA과정에 유학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말발"로 승부하는 MBA의 특성상 언어에서 몇 걸음 앞서있는 현지 사람들과 "평생"을 경쟁하며 사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고급인력일수록 현지인들이 더 심하게 견제한다.
여기다 고생해서 배운 것들을 다른 나라를 위해 쓴다는 것이 좀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미국 기업에 취직한 MBA들은 한국지사장의 비전을 갖고 또는 관련된 한국 기업에 좋은 조건으로 옮겨가기 위해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승부를 건다고 해도 왜 창업이나 대기업일까.
소위 MBA직종이라는 컨설팅, 투자은행에서 필생의 승부를 보려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좁은 문" 때문에 어렵다.
첫째로 전문직답게 위로 갈수록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게다가 MBA들끼리 겨루는 것이라 학위를 통해 확보한 경쟁우위란 없다.
컨설팅펌 한국 사무소를 예로 들면 10명이 어소시에트(associate)로 입사할 경우 1-2명만이 임원급인 파트너(partner)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절반 정도가 3,4년내 길을 바꾸거나 탈락하고 나머지 5명 가운데 영업력까지 인정받는 한두명만이 파트너가 된다.
중간에 길을 바꾸는 사람들은 다른 컨설팅업체로 가거나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작은 컨설팅부티크를 만들기도 하고 창업도 한다.
둘째로 이들 업종이 한국에 든든한 베이스가 없다는 점도 MBA들이 뼈를 묻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그나마 서울사무소가 있는 다국적 컨설팅업체들도 전체를 합해야 10개가 채 못된다.
투자은행의 경우는 아시아 비즈니스가 홍콩 중심으로 이뤄져 한국은 변방이다.
현지 취업의 이런 한계와 컨설팅,투자은행의 "좁은 문"이 유학파 MBA들이 "10년내 한국에서의 성공"을 중장기 비전으로 가질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조건인 셈이다.
그 사이는 그러니까 도약을 위한 경력쌓기, 재원마련, 기회 포착의 시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10년 중장기 계획만 볼 때 MBA들이나 지금 대기업 등에 "잘" 다니고 있는 회사원들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게 아닌가.
MBA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새로운 무기"로 업데이트하는 재교육과 다양한 경력 관리 기회를 놓치는 대신 MBA들은 많게는 2억원이 넘는 돈과 2년이라는 세월을 현업에서 떨어져 보내야 한다.
거기다 불확실한 인재시장이라는 변수까지 고려하면 솔직히 어느 것이 나은지 가늠할 수 없다.
개인 발전 전략 차원에서 MBA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이 저수익이라도 확실히 보장되는 것을 선호하는 위험회피(risk averse)형이라면 MBA는 고려 않는 게 나을지 모른다.
우리 직장사회에서 전직은 아직 모험에 속하기 때문이다.
MBA 학위를 마치고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유수한 대기업에 고위직으로 스카웃 되는 미국식 MBA 직장경로(career path)가 요원한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위험감수(risk taking)라는 도전이 오히려 리스크를 높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국의 직장사회가 "전문경영인 시대"와 "능력에 따른 차별"을 키워드로 한 서구식 인사관리로 이미 방향을 틀었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직장에 남아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위험회피 일수도 있지만 어느날 갑자기 그것이 가장 위험스러운 일이 될지로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좀체 재교육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자신의 생존력을 알아서 높여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젊은 직장인들이 다소 위험하더라도, 결국 그 자리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MBA 같은 도전 기회에 자꾸만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건 이 때문이다.
한경닷컴 주미특파원. 와튼스쿨 MBA재학 yskwon@hankyung.com
예외적인 경우가 적지 않지만 "10년쯤 뒤 한국에서의 성공"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인 방향은 자기 사업을 하는 경우와 대기업에서 "큰 역할"을 맡는 것으로 갈린다.
너무 단순화한 결론 같지만 주류는 분명 그렇다.
우선, 외국이 아닌 이유는 많다. 졸업 직후부터 현지에서 일하다 여러 사정으로 남게 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평생 외국에서 살기 위해 MBA과정에 유학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말발"로 승부하는 MBA의 특성상 언어에서 몇 걸음 앞서있는 현지 사람들과 "평생"을 경쟁하며 사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고급인력일수록 현지인들이 더 심하게 견제한다.
여기다 고생해서 배운 것들을 다른 나라를 위해 쓴다는 것이 좀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미국 기업에 취직한 MBA들은 한국지사장의 비전을 갖고 또는 관련된 한국 기업에 좋은 조건으로 옮겨가기 위해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승부를 건다고 해도 왜 창업이나 대기업일까.
소위 MBA직종이라는 컨설팅, 투자은행에서 필생의 승부를 보려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좁은 문" 때문에 어렵다.
첫째로 전문직답게 위로 갈수록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게다가 MBA들끼리 겨루는 것이라 학위를 통해 확보한 경쟁우위란 없다.
컨설팅펌 한국 사무소를 예로 들면 10명이 어소시에트(associate)로 입사할 경우 1-2명만이 임원급인 파트너(partner)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절반 정도가 3,4년내 길을 바꾸거나 탈락하고 나머지 5명 가운데 영업력까지 인정받는 한두명만이 파트너가 된다.
중간에 길을 바꾸는 사람들은 다른 컨설팅업체로 가거나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작은 컨설팅부티크를 만들기도 하고 창업도 한다.
둘째로 이들 업종이 한국에 든든한 베이스가 없다는 점도 MBA들이 뼈를 묻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그나마 서울사무소가 있는 다국적 컨설팅업체들도 전체를 합해야 10개가 채 못된다.
투자은행의 경우는 아시아 비즈니스가 홍콩 중심으로 이뤄져 한국은 변방이다.
현지 취업의 이런 한계와 컨설팅,투자은행의 "좁은 문"이 유학파 MBA들이 "10년내 한국에서의 성공"을 중장기 비전으로 가질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조건인 셈이다.
그 사이는 그러니까 도약을 위한 경력쌓기, 재원마련, 기회 포착의 시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10년 중장기 계획만 볼 때 MBA들이나 지금 대기업 등에 "잘" 다니고 있는 회사원들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게 아닌가.
MBA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새로운 무기"로 업데이트하는 재교육과 다양한 경력 관리 기회를 놓치는 대신 MBA들은 많게는 2억원이 넘는 돈과 2년이라는 세월을 현업에서 떨어져 보내야 한다.
거기다 불확실한 인재시장이라는 변수까지 고려하면 솔직히 어느 것이 나은지 가늠할 수 없다.
개인 발전 전략 차원에서 MBA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이 저수익이라도 확실히 보장되는 것을 선호하는 위험회피(risk averse)형이라면 MBA는 고려 않는 게 나을지 모른다.
우리 직장사회에서 전직은 아직 모험에 속하기 때문이다.
MBA 학위를 마치고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유수한 대기업에 고위직으로 스카웃 되는 미국식 MBA 직장경로(career path)가 요원한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위험감수(risk taking)라는 도전이 오히려 리스크를 높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국의 직장사회가 "전문경영인 시대"와 "능력에 따른 차별"을 키워드로 한 서구식 인사관리로 이미 방향을 틀었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직장에 남아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위험회피 일수도 있지만 어느날 갑자기 그것이 가장 위험스러운 일이 될지로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좀체 재교육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자신의 생존력을 알아서 높여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젊은 직장인들이 다소 위험하더라도, 결국 그 자리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MBA 같은 도전 기회에 자꾸만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건 이 때문이다.
한경닷컴 주미특파원. 와튼스쿨 MBA재학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