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春기획(4)-제조업 혁신] 자동차부품 : 글로벌 시장개척 活路 뚫는다

"한국 자동차부품 산업의 새로운 활로는 해외시장 개척으로"

한국의 자동차부품 업계하면 대개 완성차 업계에 수직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구조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대우자동차와 삼성자동차의 부실 파문을 거치면서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이제 더이상 국내 시장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이들은글로벌 아웃소싱을 지향하는 세계 굴지의 일류 메이커를 상대로 떳떳하게 거래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올해 국내 자동차부품 수출이 지난해보다 11.6% 늘어난 23억6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로 수출되는 한국 자동차부품=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부품 분야에서 수출 37억7천만달러에 수입 20억달러를 기록해 17억7천만달러의 흑자를 나타냈다.

개별 업체 가운덴엔 지난해말 포드 볼보 마쓰다의 플랫폼 통합 프로젝트 개발업체로 뽑힌 SJM이 돋보인다. 국내 자동차용 벨로우즈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SJM이 현재 해외에서 수주하고 있는 총액은 3천2백억원에 달한다.

대우인터내셔널도 미국 빅3의 한 부품공급업체와 연간 2천만달러어치의 자동차 시트용 직류 모터를 5년간 공급하기로 장기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5억달러 규모의 자동차부품을 수출한 이 회사는 북미시장 수요의 45%를 공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도요타자동차의 월드카 부품업체로 화승알엔에이의 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GM으로부터 4년 연속 최우수 부품업체로 선정된 삼립산업도 이탈리아 피아트로의 납품이 기대된다.

포드계열 비스티온의 계열사로 편입된 한라공조도 GM 마쓰다 아우디 등의 완성차 업체로의 직수출이 유망해지고 있다.

한국을 찾는 부품 구매단=한국 부품업체로부터의 구매를 통해 원가절감을 꾀하려는 포드사의 아시아지역 구매 책임자가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포드는 에어백 등 16개 부품을 한국에서 조달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 프랑스 르노자동차도 한국 자동차부품 구매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폴 파르니에르 구매전략담당 부사장은 "한국타이어의 납품을 시작으로 포스코의 자동차용 강판 등을 납품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오는 2003년까지 부품업체들을 대폭 바꾸기로 한 다임러크라이슬러도 한국 업체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모비스와 4단계에 걸쳐 부품수출을 추진키로 한 혼다사도 4월중에 기술진을 방한시킬 계획이다.

일본 다이하츠사도 최근 10명의 기술진을 현대모비스에 파견했다.

앞으로의 전망과 문제점=수출 등 해외진출로 자생력을 갖춘 부품업체들은 현대.기아.대우 계열 등으로 나눠졌던 계열별 수직납품 구조를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르노 포드 GM 등의 외국 완성차 업체의 한국 진출은 이같은 재편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국 대형사들은 한라공조 대성전기 델파이코리아 등의 국내 주요 50여개 부품업체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참여,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벌써 글로벌 아웃소싱과 계열파괴에 적응할 수 없는 중소업체들은 생존기반이 흔들리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신영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우차의 매각이 성사될 경우 부품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돼 세계적인 수출경쟁력을 갖췄거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