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春기획(4)-제조업 혁신] 반도체 : (기고) '현대전자 살려야'

전병서

한국의 D램 반도체산업은 세계 1,2위를 휩쓸어 세계시장에서 4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반도체의 나라"로 불린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가격이 떨어지면 주가가 폭락하고 성장률,국제수지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D램산업은 지금은 잘하고 있지만 하이테크산업에서 점유율 40%를 넘는 나라가 별로 없음을 보면 40%의 점유율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D램 역사를 회고해 보면 한 번 패권을 잡으면 10년 정도 지속된다.

95년에 한국이 확실히 패권을 잡은 건 분명하지만 5년 후면 누군가에게 넘겨야 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장 눈앞의 문제는 세계2위인 현대전자 유동성 문제다. 세계시장의 40%를 잡고 있는 D램에서 절반을 빼앗길 판이다.

컴퓨터 D램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세계 주요 5대 산업의 상위5사 점유율을 보면 D램의 집중도가 75%로 가장 높다.

또 업계2위업체의 점유율도 D램이 19%로 가장 높다. D램은 타산업보다 과점화가 심화되고 있어 불황만 잘 견디면 호황때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D램 경기는 지난해 10월을 정점으로 번지점프 하듯이 하강국면에 들어가 있다.

외국의 반도체업체들은 세계시장의 19%를 차지하는 현대가 정리되면 세계시장은 일거에 공급부족으로 돌아서고 다시 "남은 자의 축제"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시장의 공급과잉이라고 해봐야 5-1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도체경기는 길어도 2-3년이면 다시 호황기에 들어선다.

현대전자의 생산능력은 세계1위이고 기술력도 삼성과 차이 난다고 해봐야 2-3분기정도 시차다.

지난 2년간 삼성전자는 9조원대의 이익을 챙겼다.

부채문제로 고전하는 현대전자도 차입금을 절반만 줄여주면 다음 호황기에는 적어도 4조원대의 돈벌이가 가능하다.

문제는 매출액의 87%에 달하는 차입금이다.

애초부터 빚 많은 두 개 회사를 억지로 합친 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지만 1차적으로는 구조조정을 못한 현대의 책임이다.

한국의 금융기관들도 지금은 몸사리기가 아니라 벤처마인드로 현대 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다.

4조원을 넣어 은행권 구조조정을 마쳤지만 현대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7조8천억원이 부실화된다. 이 경우 한국의 어떤 여신기관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벤처기업 투자에도 수 천 억원을 들이는데 2-3년내에 원본회수가 가능한 투자라면 해 볼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