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春기획(4)-제조업 혁신] 섬유 : IMF 탈출 '공신'

"섬유산업은 불효자가 아닙니다"

장석환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은 한국의 섬유산업이 설비공급과잉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으로 "천덕꾸러기" 업종내지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사실은 수출,고용 등에 기여가 큰 "효자산업"이라고 말한다. 그의 주장대로 섬유산업은 한국 제조업을 묵묵히 떠받치는 기둥역할을 지난 60년대 공업화 초기시절부터 21세기 글로벌 경제시대에 이르기까지 해오고 있다.

조정호 (주)코오롱 사장은 "섬유산업은 70년대 우리나라 고도성장기에 있어 성장의 주역이었다"며 "특히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기간 내에도 지속적으로 1백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한국이 무사히 IMF 터널을 지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섬유교역량의 5.5%를 차지해 중국 이탈리아 독일에 이어 섬유수출국 서열에서 4번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섬유산업은 실에서 의류완제품에 이르는 전 분야에 걸쳐 고른 생산기반을 갖추고 99년 1백77억달러를 수출,1백33억달러의 무역수지를 기록한 효자산업이다.

이같은 무역흑자는 99년 우리나라 총무역흑자 2백39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55.6%를 차지했다.

섬유업계에 종사하는 인원은 35만4천명으로 전체 제조업 종사자2백32만4천명의 15.2%에 달한다. 그러나 섬유산업의 가격경쟁력은 낮은 편이다.

인건비수준은 선진국인 이탈리아 대비하면 34%이나 중국에 비하면 10배 수준이다.

그동안 첨단 자동화설비 도입을 통한 섬유산업의 자동화에 집중 투자했으나 생산성은 일본의 50~80% 수준으로 아직 낮다. 특히 고부가가치화의 핵심 경쟁요소인 기술 및 디자인은 선진국의 7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정보화,표준화 기술은 50% 수준으로 미흡한 상태다.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주로 OEM(주문자상표부착) 수출방식에 의한 중.저가 범용품의 대량생산에 치중하고 있다.

이에따라 첨단핵심기술 및 디자인.패션의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저조한 편이다.

환경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상품기획 능력도 부족한 편이다.

이 결과 생산품목이 특화되지 못해 범용품의 과당경쟁 요소가 상존해 온 것도 사실이다.

원사,직물,의류,패션업체간 정보 및 기술교류등 섬유관련 업종간 협력체제 미구축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런 사정으로 2005년 섬유무역 자유화를 앞두고 섬유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섬유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컨대 의류용 섬유의 고급화와 더불어 첨단 산업용 소재로 쓰일 고부가가치의 기능성 섬유개발도 본격화해야 한다.

패션산업의 선진화도 시급한 과제다.

똑같은 재질로 만든 옷이라도 유명브랜드가 붙으면 가격은 천문학적인 차이가 난다.

이와 더불어 패션과 디자인 인재육성에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섬유산업의 정보화도 중요하다.

생산.유통체계의 비과학화,과다물류비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산자 주도의 대량생산 시스템 방식에서 정확한 수요예측에 근거하는 기획생산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행히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QR(Quick Response:신속반응생산)과 범국가적인 밀라노프로젝트(1999~2003년)가 추진되고 있다. 한양대 기능섬유팀의 김병철 교수는 "섬유산업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양적증가는 물론 고급화되므로 향후에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