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우리나라 백화점이 행복한 이유

미국과 일본의 유수 백화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1백70년의 역사를 가진 소고백화점이 지난해 7월 파산선고를 받아 크리스마스날 간판을 내렸다.올들어 1월28일엔 법원의 파산선고로 미국의 몽고메리 워드백화점이 문을 닫았다.

1백25년동안 정든 고객들과 영원히 작별했다.

30개주 2백50개 점포에서 일하던 3만7천여명의 종업원들도 아쉬운 눈물을 훔쳤다.폐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업원을 줄이고 장사가 안되는 점포 문을 과감히 닫는 등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백화점이 한두개가 아니다.

이같은 홍역은 이들 나라에서 백화점 산업이 성숙기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기상황과 소비자 경향에 맞춰 상품을 기획 개발,판매해야 하는 선진국 백화점 경영진은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백화점들은 상당히 행복한 편이다.

시장을 휘어잡은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빅3 백화점일수록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아직 거품이 빠지지 않은 한국의 소비자들은 지난 한햇동안 백화점 매출을 30% 가까이 늘려주었다.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비결은 또 있다.

''수수료 매장''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 백화점들만이 가진 기막힌 노하우다.

수수료 매장은 옷이나 가방,화장품 제조업체들이 백화점에 들어와 자기 상품을 파는 곳이다.

우리나라 모든 백화점이 이런 형태로 장사하고 있다.

백화점이 자기 책임아래,자기 힘으로 상품을 파는 직영매장은 지난 98년 IMF경제위기 이후 사라졌다.

재고부담 등의 리스크 때문이었다.

수수료 매장에 들어온 입점업체들은 일정한 면적을 백화점으로부터 빌려 물건을 판다.

그 대가로 매출의 10∼35% 정도를 백화점측에 준다.

정확히 말하면 매출의 65∼90%를 돌려받는다.

백화점측이 한달간 판매액을 고스란히 거둬들인뒤 다음달 중순에야 수수료를 뺀 금액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꿩먹고 알먹기''장사다.

입점업체가 공들여 돈을 벌어주는데다 그 돈의 이자까지 챙길 수 있어서다.

백화점도 할 말은 있다.

수수료 매장은 점포를 낼 돈이 없는 중소기업들에 유일한 판로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지난 97년5월 산업자원부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안)을 마련하면서 백화점의 직영매장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불발에 그쳤다.

그때도 백화점이 내세운 논리는 ''중소기업을 위해서''였다.수수료 매장을 둘러싸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이 우리나라 백화점들은 ''구조적 허약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창동 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