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관련 경제장관회의 이모저모]최종결정 사항 채권단에 넘겨

현대건설 관련 경제장관 대책회의를 극비리에 개최하려 했던 정부는 회의사실이 공개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금융감독위원장 등 이른바 "경제팀 빅3"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장을 불러 대책을 숙의하는 광경은 상시구조조정 원칙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재경부 금감위 등의 관계자들은 회의 참석자 명단과 장소는 물론 회의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끝까지 확인을 거부하기도 했다. ...대책회의가 4시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자 회의장 주변에서는 "정부도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돌기 시작했다.

때맞춰 은행권 여기저기에서 "출자전환이 아니라 법정관리로 가야 한다"는 말들이 퍼지면서 분위기도 급반전.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건설의 부실규모가 클 경우 출자전환으로 해결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며 "막상 감사 결과를 보니까 출자전환과 신규자금 지원 등에 들어가야 할 돈의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너무 커 출자전환 방안이 난관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회의에선 출자전환과 법정관리 중 어떤 것도 결정하지 못했으며 이런 상태에서 채권단 회의로 공을 넘겼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와 채권단의 핵심들이 모였는데도 이견만 확인했을 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이 앞으로도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갈팡질팡하는 모습.현행 상법상 기업은 "최종 대차대조표상 자기자본의 4배까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법을 지키면 작년말 현재 자기자본이 완전 잠식된 현대건설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게 돼 신속인수제도를 적용받지 못한다. 정부 관계자들은 처음에는 "차환발행은 예외"라며 신속인수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가 나중엔 불가능하다고 수정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현대건설 회사채의 월별 만기도래 규모는 내달 5백60억원,5월 1천1백20억원,6월 5백90억원 등 2.4분기 중에만 2천2백억원에 달한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