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기대반 우려반 '과기부장관'

김영환 신임 과학기술부 장관은 4일 저녁 출입기자단과의 만찬에서 "깜짝 발표"를 했다.

국내 기술로 탄생한 복제소 "영롱이"와 "진이" 각각 10마리를 북한에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만찬에 참석했던 기자들은 밤 12시가 다 돼 회사로 긴급기사를 전송해야 했다.

장관의 발언에 과기부 관계자들은 다소 당황했다.

실무자들이 검토하지 않은 사안인데다 국제적으로 복제동물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실현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최근 남북관계가 순탄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섣부른 발표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일이다.

이 계획은 아직 북측과의 구체적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사이언스 북 스타트 운동"도 제안했다. 낙도 어린이에게 과학서적을 한 권씩 보내자는 것이다.

그는 영국의 사례를 설명했지만 실무자들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장관의 말을 열심히 받아적고 있었다.

김 장관은 이날 낮 공보관실 직원들을 긴급 호출,출입기자들이 기자실에 잘 나오지 않은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눈에 띄는 정책이나 연구성과를 자주 알리면 기자실이 북적대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같은 행보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젊은 장관의 "의욕"이 침체된 과학기술계를 활성화시킬 것이란 기대가 큰게 사실이다.

실제 내부 인사의 차관 승진으로 과기부는 활력에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능력있는 과학자가 연구소를 떠나지 않게 하고 과학기술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중장기적 비전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데 장관이 정치인 입장에서 인기몰이에만 매달려 이를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과기부가 연구개발에 쏟아붓는 세금은 올해 4조원을 훨씬 넘는다.

국가예산의 무려 4%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나라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연구개발비를 늘리는건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이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이라면 홍보보다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과학기술자의 바램이다.

김남국 IT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