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메이커] 환율방어 칼 빼든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기골이 장대한 무인(武人)의 풍모다.

일본 프로레슬러를 닮아 별명이 ''이노키''다.하지만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투박하면서 친근한 질그릇을 떠올린다.

사람 좋게만 보이는 너털웃음에다 주된 화제가 책얘기일 만큼 평소 생활도 소박하다.

골프도 안 친다.친구들이나 한은 임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장남의 결혼식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중앙은행 총재이면서 말을 아껴왔다.

지난 1999년 외환은행 증자 참여 문제로 절친했던 이규성 전 재경부장관과 설전을 벌인뒤 정부와 부딪칠 일은 애써 피했다.때문에 한은 내부에선 ''제 목소리'' 안 내는 총재에게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런 전 총재가 치솟는 환율에 대해 칼을 뽑아 들었다.

극약처방(외환보유고 동원)을 써서라도 물가를 자극하는 환율 상승을 막겠다는 의지다.환율은 일단 불안하나마 고개를 숙였다.

올 들어 전 총재는 할 말은 한다는 소신파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 2월 ''욕먹을 각오''를 하고 국고채 과열투기를 꼬집었다.

3월엔 물가불안을 경고해 정부의 일방적인 경기부양론에 제동을 걸었다.

정부의 금리인하 압력에도 불구,이달 콜금리를 동결시켰다.

일련의 소신발언 뒤에 시장의 반응이 예민해졌다.

''한은이 어디 붙어 있느냐''던 비아냥도 많이 줄었다.

전 총재의 일거수일투족에 환율과 금리가 요동친다.

그는 중앙은행 총재의 역할을 폴 볼커 전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의 말을 인용해 "파티가 끝나기 전에 펀치볼(음료수 그릇)을 치우는 사람"에 비유했다.

남들이 한창 흥겨워할 때 걱정거리를 늘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중앙은행 총재로서 권한과 책임,경기부진과 물가불안 사이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