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高利사채 피해 막으려면 .. 백태승 <연세대 법학 교수>

초저금리시대에 유독 사채시장에서만 초고금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자제한법이 폐지되자 3천여개에 달하는 사채업자가 난립해 고금리로 재미를 보고 할부금융사 카드회사 등 제도금융권에서도 연 30%에 가까운 연체이율이 성행하고 있다.사채시장엔 검은 돈을 비롯 일본 등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몸집을 키우는 기업형 사채업자도 등장하고 있다.

''이자의 자유결정론''이 누구를 배불리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최근 ''이자제한법''은 부활하지 않되 과도한 선(先)이자나 연체이율을 부과하는 사채계약은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에 의거, 무효로 하고 사채업에 대해선 여러 행정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이자제한법으로 고금리를 인위적으로 규제하면, 자금시장이 왜곡되고 사채시장이 위축돼 그나마 필요한 자금을 빌리려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 이자제한법을 부활하지 않기로 한 주요 이유다.

과연 이자제한법이 있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왜곡됐고, 또 자유로운 이자율 결정이 제약될 수 있는가.

IMF 구제금융 신청후는 물론 이 법 폐지후 현재까지의 금리는 종전 이자제한법의 제한이율을 초과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더욱이 1998년 후반기부터는 금리가 하향안정되어 수신금리 연 5∼ 6%, 여신금리 연 8∼9%로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사채시장을 이용해야 하는 서민은 신용불량자 3백여만명을 포함, 약 5백만명으로 추산된다.

사채업자가 이들을 대상으로 복리에 선이자 등의 방법을 동원, 월30%이상 고금리를 챙기리라고 예상이나 했는가.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신용사면 등을 통해 제도금융권으로 끌어들이든지, 다양한 금융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초고리 사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종전의 이자제한법을 부활시킬 뿐만 아니라 그 실효성을 담보하는 내용으로 입법해야 한다.

첫째, 제한최고이율의 범위는 법률에서 상한선을 두되 시장이율을 반영해 규율할 수 있도록 하고 구체적인 제한이율은 종전처럼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채무자가 제한초과이자를 임의로 지급했을 때 그 반환 가능성 여부에 관해 종전 법은 규정이 없어 논란이 있었다.

초과이자지급에 대해서는 반환청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 법의 예방적 기능강화는 물론 피해자 권리구제에 만전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약정원본에서 미리 이자를 떼고 잔액만을 차주에게 교부한 뒤 변제기에 약정원본을 변제하는 이른바 ''선이자 공제의 특약''에 대해서도 새롭게 규율해야 한다.

종래 판례처럼 선이자가 제한이율을 초과하는지 여부는 실제 수령한 금액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넷째, 사전의 복리약정에 대해서도 규율해야 한다.

독일 민법, 프랑스 민법, 스위스 채무법에선 일정 금융기관을 제외하고 사전에 합의한 복리약정은 무효라고 규정한다.

끝으로 수수료 사례금 등의 이름으로 채권자가 받는 것도 이자로 보는 ''간주이자'' 규정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자제한법이 고금리를 규제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특히 사채시장은 기본적으로 지하경제의 속성을 갖고 있다.

이와같은 사채시장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지속적으로 단속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같은 처방은 사채시장의 속성상 고금리약정을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약관법에 의한 사채계약의 무효화는 그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왜냐하면 무효화하는 고금리의 기준도 문제될 뿐 아니라 개별약정을 통해 또는 약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법의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선 이자제한법과 같은 특별법 또는 민법의 법리로써 고금리를 규제하고 있다.

정부는 피해자 권리구제면에서 강화된 이자제한법을 부활시켜 더 이상의 피해를 조속히 막아야 한다.

이자제한법이 있을 당시에는 고금리피해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무엇보다 이 법의 실효성을 잘 말해 주고 있다.

studde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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