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경기둔화에 대처하는 법

[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대부분의 미국 기업 경영자들은 유례가 없었던 장기호황때가 얼마나 편했는지를 깨닫고 있다.새로운 제품을 생산하고, 새로운 사무실을 열고, 새로운 직원들을 채용하는 것도 힘들 수는 있지만 해고와 축소의 고통에 비하면 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경영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최고의 척도는 경기둔화에 대처하는 능력이다.

이는 또한 향후 경기가 호전됐을때 기업의 성장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이다.오늘날 미국의 40대 최고경영자(CEO)들의 대부분은 장기호황으로 어려운 시절을 겪지 않았다.

시스코시스템스 보다폰 AOL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들은 좋은 시절에 "유아기"를 보냈다.

40세 이하의 경영자중 경기사이클상 둔화추세에서 직접 경험을 해본 사람이 거의 없다.물론 경기활황때 적용됐던 경영기술이 침체때에도 통하는 경우가 많다.

호황때 어려웠던 기업이 불황때 나아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 수년 사이에 CEO에 오른 인물중 일부는 최근들어 명성이 크게 변색됐다.비즈니스잡지의 인기 표지모델이었던 아마존의 제프리 존스, 휴렛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 AT&T의 미첼 암스트롱 등도 주가가 폭락하면서 신뢰성을 많이 상실했다.

이들은 경기둔화때의 회사경영이 호황때보다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고 있다.

호황은 경영진의 많은 실수를 덮어준다.

불과 1년여전만 해도 "e"자(字)가 붙은 회사의 경영상태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없었다.

회사가 성장세를 지속할 때는 설령 잘못된 인수.합병도 너그럽게 양해됐다.

잘못된 고용을 해도 그들 대부분이 곧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경기둔화시에는 통하지 않는다.

호황시절의 독특하고 대담한 전략도 둔화때에는 어리석고 무모한 것으로 비쳐진다.

경기둔화때의 경영자는 "리스크 전사"가 된다.

한가지 실수가 회사전체를 망칠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 경기둔화는 모든 것을 덜 관대하게 만든다.

경영자의 단순한 아이디어도 시험을 받는다.

"아웃소싱이 정말로 기업에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등의 의구심을 품게 한다.

어려운 선택도 많아진다.

채산성이 안맞는 공장을 정리해야 하고 수익성 없는 제품은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앞으로도 경영자들은 수많은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결정도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연구.훈련비 등의 삭감으로 쉽게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삭감액이 클수록 기업의 고통이 더 길어질 수 있다.

경기둔화는 경영자들에게 고통과 함께 혜택도 가져다 준다.

혜택은 주로 경기가 활황일때 과도한 투자를 하지 않은 기업들에 돌아간다.

과잉투자 유혹을 물리친 기업들은 시장이 붕괴될때 항상 나타나는 "바겐품"을 고를 수 있는 충분한 자금여력을 갖게 된다.

바겐품중 하나는 사람이다.

경기침체는 고용인.피고용인간의 균형을 회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게 만든다.

새로운 일자리가 부족할때 유능한 인물을 채용하고 유지하기가 훨씬 쉽다.

버려진 공장들도 바겐품이다.

지난 수년간의 과잉투자로 중고서버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케이블 등도 많다.

지불여력이 있는 기업에는 이들을 바닥가격에서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경기회복시에 매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기업들이 많은 돈을 벌수 있는 시기는 짧다.

그러한 기회를 충분히 이용하려면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햇볕이 들때의 경영은 비교적 쉽다.

하지만 기업의 장기성장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비가 올때의 경영방식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이 글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4월7~13일)에 실린 "Managing the downturn"이란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