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지방금융'] 3천만원 빌리면 한달利子 1800만원..私금융실태

지방금융회사의 붕괴는 지역주민과 중소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들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된 고리대금업의 성황과 그에 따른 피해사례도 지방금융산업의 몰락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고리대금업자에 의한 피해사례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본다.

◇ 피해사례 1 =인천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35)씨.

김씨는 대우자동차 조업중단의 여파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지난 2월 돈을 빌리기 위해 한 은행에 갔다.그러나 신용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하릴없이 돌아와야만 했다.

거래하던 신용금고가 문을 닫지만 않았어도 필요한 자금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사정이 급해진 그는 가까운 사람을 통해 알게 된 사채업자에게서 3천만원을 꿨다.조건은 2개월 만기.

하루 이자를 60만원씩 준다고 약속했다.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돈을 빌린지 한달이 채 안돼 김씨는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슈퍼마켓만 빼앗기게 됐다.

사채업자는 대출 수수료 3백만원, 부대경비 1백만원 등 총 대출금이 4천만원이 됐다고 우기기 시작했으며 김씨가 이를 갚지 못할 것으로 예상, 중간에 슈퍼마켓의 사업자 명의도 바꿔 버렸다.

김씨는 갖은 고생 끝에 마련한 슈퍼마켓을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빼앗기게 되자 금융감독원에 신고를 했다.

◇ 피해사례 2 =광주에 사는 조모(55)씨.

조씨는 얼마전 지방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면서 직장을 잃고 말았다.

생활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사채업자로부터 6백만원을 빌린 그는 본인은 물론 가족 모두가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히는 일을 당했다.

사채업자는 월 15%의 이자를 요구했고 이를 상환하기 위해 조씨는 자신과 세 자녀 명의의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밑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방식의 자금조달은 곧 한계에 달했다.

결국 조씨 가족은 모두 신용불량자 리스트에 오르고 말았다.

금융감독원엔 최근 이같은 사금융 피해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지방에 있는 서민 금융회사들이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거 몰락하면서 생긴 신풍속도다.

최근에는 20여개 일본계 대금업자들까지 초고금리를 챙기면서 성업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이 기타금융업으로 당국에 등록하거나 아예 음성적으로 영업하고 있어 감독상에 어려움이 있다"며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최고 1천2백%의 초고금리를 적용하고 있고 대출 회수 과정에서 폭력조직과도 연계돼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 다각적인 대책이 시급 =정부는 고리대금업의 폐해를 막기 위해 상법상 회사에 불과한 고리대금업체를 금감위 또는 해당 지자체에 등록하도록 하거나 아예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정은 대금업법을 새로 도입하거나 기존의 여신전문업법을 개정하는 방안 등을 협의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전국에 약 3천개의 사금융 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들을 당장 관리.감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대금업법을 만들어 업체의 명단이라도 확보하는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신용불량자 사면 필요 =지방경제가 무너지면서 신용불량자들이 속출하고 이들이 다시 사금융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지방경제를 활성화하는게 근본적 처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에 앞서 신용불량자를 사면해 주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 은행연합회에 신용불량자로 올라있는 인원은 3백여만명.△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속 연체하거나 △5만원 이상의 신용카드 대금을 3개월 이상 계속 연체한 경우면 어김없이 리스트에 오른다.

이들은 곧 바로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힘들게 된다.

더구나 지방 금융회사들이 대거 몰락, 금융거래를 할 곳이 적어진 데다 대형 은행들이 신용정보를 집중 관리하는 등 여신심사를 강화하고 있어 신용불량자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은행연합회는 연체금 상환시 불량거래자 정보를 삭제해 주는 기준을 현행 연체금 5백만원 이하에서 1천만원 이하로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