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일자) 내수침체속 불건전소비 확산

최근 국내 소비심리가 회복기미를 보이는 듯하자 덩달아 사치성 소비재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가 하면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유흥성 사행성 업종은 폭발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니 ''내수침체 속 불건전소비 확산''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자리잡지 않을까 걱정이다.산업자원부가 집계한 올들어 3월20일까지의 소비재 수입실적을 보면 승용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8.9%, 모피의류는 34.3%나 증가하는 등 사치성 소비재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이같은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은 3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5.2%)부터 줄곧 한자릿수 증가에 그쳐온 소비재 수입증가율이 3월에 갑자기 15.9%로 높아진 것도 사치성 소비재 때문이라고 한다.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기업의 설비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일부 계층의 불건전 소비심리만 부추긴 셈이다.

소비가 불건전한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음은 통계청이 발표한 서비스업 활동동향에서도 입증된다.

민간소비심리를 대표하는 도소매업의 신장률은 1월 0.7%, 2월 0.5%로 극히 부진했으나 경마.경륜업은 신장률이 무려 60.3%에 달했고 할부거래 및 현금서비스를 주영업으로 하는 신용카드부문(신용카드금융업)은 1백4.1%에 달하는 폭발적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이밖에 룸살롱 단란주점 등도 영업신장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경제회복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계층, 일부 업종에서나마 소비가 살아나는 것이 뭐 그리 나쁘냐는 시각이 있을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는 기업의 설비투자로 이어져 내수와 수출에 활력을 불어넣을 때에만 경제.사회적 효용성을 갖는다.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와같은 생산적 소비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비심리가 소득계층간 편차없이 고르게 회복돼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의 민간소비진작책이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 봇물이나 유흥업소의 호황 등 불건전 소비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건전한 소비를 위해서는 외환위기 이후 경기하락, 주가폭락, 구조조정 등으로 무너져버린 중산층을 다시 일으켜 세워 이들의 소비욕구를 북돋우는 일이 중요하다.일부 계층의 불건전 소비에 대해선 경계를 늦추어선 안된다.

불건전 소비가 가져오는 경제.사회적 해악을 따져볼 때 생산적 소비풍토를 정착시키지 않고 선진경제로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