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MBA 바로보기'] (10) '투자가치 분석'

MBA과정은 돈이 많이 든다.

장학금도 조교를 할 기회도 거의 없다. 학비 자체가 비싸다.

와튼스쿨의 경우 한학기 등록금만 1만5천달러, 2년이면 6만달러다.

학비 전액을 대출해주는 학교가 늘면서 부담없이 시작할 수는 있다. 아직 MBA를 고려하는 중이라면 일단 투자가치를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

무형의 가치는 논외로 하고 돈 얘기만 해보자.

졸업후 5년 이내에 "복구"가 과연 가능한가. 연봉 2천만원의 대리급, 3천만원의 과장급, 그리고 증권사 등에서 4천만원을 받는 사람을 예로 들자.

계산편의를 위해 인플레이션은 고려않고 임금상승률은 연 7%로 가정한다.

직장에 남아있으면 이들은 7년 뒤 각각 3천만원, 4천5백만원, 6천만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이 7년간 받게 되는 연봉을 매해 연 10%의 이자(복리)로 할인해 순현재가치(NPV)로 환산하면 각각 1억1천7백만원, 1억7천6백만원, 2억3천5백만원이 된다.

7년간 벌 돈을 합해 현재의 화폐가치로 맞춘 금액이다.

이 숫자만으로 투자가치를 비교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들이 연 1억원씩을 들여 2년간 MBA과정을 마치고 전직하는 경우다.

우선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각각 연봉 6천만원과 8천만원을 받고 입사해 이후 다른 사람과 같은 임금상승률을 적용받는 케이스를 보자.

이들이 졸업후 5년차에 받게 될 연봉은 각각 7천9백만원과 1억5백만원으로 현재 직장에 남을 때 보다 2배 이상 늘어난다.

그러나 MBA과정에 투자한 2억원 때문에 이들의 NPV는 각각 4천만원, 1억1천1백만원에 그친다.

대리급 사원이 현재의 직장에서 7년동안 근무할 경우보다 못하다.

세 사람 모두에게 MBA는 피해야할 투자다.

컨설팅펌으로 가는 경우는 어떨까.

"1억 연봉"을 받고 들어가 실적이 나빠 계속 같은 연봉에 머무는 경우와 승승장구해 연봉이 졸업 5년차에 1억5천만원까지 오르는 두가지로 나눠보자.

순현재가치는 각각 1억4천만원과 1억9천5백만원이다.

전자는 현재 3천만원과 4천만원의 연봉을 받는 사람의 경우보다 못하고 후자의 경우도 현재 연봉 4천만원을 받는 이에겐 매력적인 투자가 못된다.

졸업 후의 이 네 가지 시나리오는 대기업과 컨설팅펌에서 실제 이뤄지는 일들을 단순화해 적용한 것이다.

계산 결과 MBA는 결코 수익성 높은 투자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졸업과 동시에 ''1억 연봉''을 받는 경우가 "톱스쿨" 출신 가운데서도 20-30%에 불과한 현실을 보면 특히 그렇다.

물론 여러 가지 변수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측면은 있다.

각자의 사정에 맞게 가정을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주립대학 등에 독신자가 다닐 경우 2년간 2억원이 들진 않는다.

반면 대도시 학교에 가족과 같이가면 2억원도 모자란다.

여름학기 인턴십에서 3천만원 정도를 받으니 그 돈도 뺄 수 있다.

학비 대출도 연리 7% 정도에 20년 분활상환이 가능하다.

컨설팅펌에 들어갈 때도 첫해부터 사이닝보너스를 합해 1억1천만원 이상을 받을 수도 있고 투자은행에서 실적이 좋으면 3년차에 20만-30만달러 이상을 받기도 한다.

반면 미국에 남아도 연봉 6만-7만 달러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환율변수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MBA 투자가치 분석에서 다음의 결론을 내릴 수는 있을 것 같다.

우선, 젊을수록 유리하다.

젊은 만큼 MBA투자로 포기하는 기회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둘째, 이왕이면 졸업후 고액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지명도 높은" 학교에 가야 한다.

셋째, 이미 4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회사생활에 자신이 있는 사람에겐 MBA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못된다. 물론 "돈"만 따질 때 그렇다는 얘기다.

한경닷컴 주미특파원. 와튼스쿨 MBA재학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