亡者기리는 휴식공간 '자리매김'..'日화장장을 찾아서...'

국민 1인당 평균 주거공간이 4.3평인데 반해 묘지의 크기는 평균 15평에 달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화장율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7년만해도 22.9%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34.5%(추정)로 상승했다.

이처럼 화장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서울시는 벽제화장장이 오는 2003년께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판단,오는 2004년까지 제2화장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13개 후보지역 주민 모두가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시에 제출한 상태다.

화장문화에 관한 한 일본을 본받을 만한 점이 적지 않다.

국내 화장장은 45곳에 불과하지만 일본에는 2천여개가 넘는다.서울시 도쿄사무소에 따르면 도쿄도내에서는 사람이 죽을 경우 1백% 화장을 한다.

전국 평균 화장률은 98.7%.

화장장은 망자를 보내는 엄숙하고 경건한 장소다.내부 공간부터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각종 편의를 제공키 위해 잘 설계돼 있다.

조경 역시 공원을 뺨칠 정도다.

대기오염 방지에도 철저하다.

연소로와 재연소로에서 그을음과 재,질소화합물을 다시 태운 뒤 전기집진기 또는 필터 등을 통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발생을 기준치 이하로 줄이고 있다.

화장장은 인적이 드문 외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쿄 시부야구 니시하라에 있는 요요하타 장제장은 주택가에 있다.

토다 장제장도 인근 초등학교에서 도로로 5분 거리에 있다.

단정하고 깨끗하며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오사카에 있는 5개 시립화장장도 모두 시내 빌딩가나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도시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데다 오염차단시설 설치 및 가동에 주력하고 있어 냄새도 없고 연기도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화장장 위치를 결정할 때 지역여건을 고려하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다.

일본 철도 나리타역에서 3㎞ 떨어져 있는 나리타 장제장은 당초 동물시체 화장장이었다.

물론 일본에서도 화장장은 혐오시설로 취급된다.

지난 92년 건립된 나리타 화장장의 경우 지역주민들과 2∼3년간 협의를 거쳐 겨우 건립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시설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오가와 시게노리씨는 "화장장 설치에 대한 반대운동은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리타시는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조합이 화장장을 운영하도록 하고 공해 대책도 세우라는 주민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요코하마시는 지난 84년부터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5년 정도 대화를 한 뒤 주민들을 설득,지난 89년 최종적으로 요코하마 남부 화장장 건립을 결정했다.

이후 매년 2회씩 주민보고회를 갖고 관리상황 등을 통보하고 있다.

화장장 설치는 불가피하다.

다만 장소 선정 및 결정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야한다.화장장과 납골당 등을 공원처럼 조성하면 지역기반시설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도쿄=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