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이대론 안된다] (1) '흔들리는 코스닥'

코스닥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출범 5년만에 세계 17위(거래대금 기준)의 시장으로 커졌지만 신뢰도는 오히려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등록업체들은 "한탕주의"식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빠져있고 시장관리 시스템은 증권업협회 코스닥위원회 코스닥증권시장 등으로 3분화된 결과 관리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이 틈새를 비집고 불공정거래와 불성실공시가 난무하면서 일반투자자는 설 곳을 잃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5회에 걸쳐 진단한다.===============================================================

"주가조작사건같은 것이 많다 보니 특히 해외투자자들에게는 코스닥시장에 등록돼 있다는 것 자체로 회사 이미지가 나쁘게 비쳐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한 등록업체의 기획담당 임원 S씨는 올해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이전하려고 결정한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또 주가도 첨단 기술이나 벤처기업이 아니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시장의 특성 때문에 기업가치 이하로 저평가된 상태라고 불만을 표명했다.

거래소로의 이전을 추진중인 코스닥기업은 현재 줄잡아 20개사 정도 된다.

이중에는 한국통신프리텔이나 SBS같이 시가총액이 10위권 내에 있는 곳도 꽤 된다.이같은 ''엑소더스''에는 코스닥시장의 신뢰도 추락에 따른 불신 내지 실망이 짙게 깔려 있다.

이렇게 된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우선 등록업체의 한탕주의 사고방식이 문제다.

리타워텍 주가조작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리타워텍과 한국기술투자의 대주주들은 A&D(인수후개발)를 표방,서류회사를 만들어 리타워텍의 지분을 인수한 뒤 주가를 올려놓고는 지분을 고가에 처분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매매차익을 올렸다.

''제2의 리타워텍''으로 불렸던 바른손도 비슷한 케이스.창업투자회사(미래랩)는 바른손의 지분을 인수한 뒤 A&D를 발표하고 정체불명의 역외펀드에 CB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외자를 유치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24일간 상한가 행진을 유도한 뒤 지분을 모두 처분,7개월간 약 10배의 차익을 올린 뒤 손을 털고 떠났다.

등록업체들의 이같은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건수는 98년 16건에서 2000년에는 63건으로 늘었다.

올들어서도 3월말 현재 21건에 달하고 있다.

또 부실한 회계자료 등의 공시지연같은 불성실공시도 올해 3월 말까지 지난해(67건)의 절반 수준인 32건이나 된다.

등록업체의 모럴 해저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 지를 잘 보여준다.

문제는 이같은 ''속임수''에 대해 견제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유관기관의 관리시스템은 사전예방은 커녕 사후적으로도 보완·개선되는 일이 없다.

더욱이 주가감시 등 감리는 코스닥위원회,매매체결은 코스닥증권시장 등으로 관리기능이 분리돼있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된 정보가 전달될 리 만무하다.

이러다보니 증권당국의 영이 서지 않는다.

특히 코스닥의 진입규제를 완화한 만큼 퇴출도 엄격하게 하겠다는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 되고 있다.

한 등록업체의 K사장은 "퇴출을 강화해야 장난하는 기업이 없어져 시장이 건전해진다.

그러려면 공시를 강화해서 구체적인 사업내용과 계획,대주주 등 특수관계자들의 정보까지 명확하게 투자자들에게 알리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코스닥시장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D증권의 인수업무 팀장은 우선 시장의 성격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첨단기술산업과 벤처전문시장으로 거래소와 차별화해 독자성을 확보해야 합니다"거래소와 제3시장의 가교로서 코스닥시장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코스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