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토종 명품을 기다리며...

관객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는 작품성 높은 영화를 명화라고 하듯이 상품에도 그런게 있다.

바로 ''명품''이다.루이비통 에르메스 프라다 구찌 까르띠에 같은 것을 일컫는다.

이런 것들을 점포안에 넣기 위해 백화점들은 사활을 건다.

총수나 오너가 직접 나서기도 한다.나서는 사람들의 위치가 올라갈수록 명품을 만드는 업체 사람들의 콧대는 더욱 높아진다.

막상 계약서를 쓸때는 더욱 힘들다.

수수료(입점업체가 매출의 일정비율만큼 백화점에 내는 돈)나 매장위치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시작된다.대부분 백화점들이 판정패한다.

답답한건 백화점측이기 때문이다.

명품은 일단 비싸다.에르메스 핸드백의 경우 국내 백화점 매장 가격이 대략 2백만원부터 1천만원까지다.

신사·숙녀복으로 잘 나가는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2백만∼2백50만원짜리다.

그래도 잘 팔린다.

명품 본사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노다지 시장이다.

이 때문에 대리권자를 내세우던 방식에서 벗어나 요즘은 현지법인을 세워 직접 영업을 한다.

명품은 하루 아침에 탄생할 수 없다.

대를 이은 장인정신의 산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루이비통은 나폴레옹 3세가 프랑스를 지배하던 1854년 파리 카푸신 거리에 가게를 내고 귀족들의 여행가방을 만들어주면서 명성을 쌓았다.

까르띠에도 1847년 파리 몽토르게이 거리의 보석가게를 인수,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다.

명품을 사는 사람들의 성향도 많이 달라졌다.

생활에 여유가 있는 40∼50대 일변도였던 것이 20대까지 구매층의 폭이 넓어졌다.

직장여성과 여대생들이 ''샤넬계''나 ''루이비통계''를 만들어 목돈이 모이면 순서대로 하나씩 장만해주는 풍습도 생겨났다.

마치 일본 여성들이 ''기모노계''를 만들어 우리 돈으로 한벌에 3백만∼4백만원 하는 전통복을 마련하는 것과 같은 풍조다.

명품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차별성이다.

''뭔가 남과 달라보이기 때문''이란게 명품 마니아들의 주장이다.

실제 이런 제품은 본사에서 전략적으로 많이 만들지 않는다.

흔하면 귀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명품에 대한 사랑의 농도는 일본사람이 제일 진하다는게 일반적 견해다.

여기에 화답하듯 일본인 디자이너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겐조''도 명품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한국인 이름을 단 명품이 탄생하는 날은 언제쯤일까.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