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이대론 안된다] (4) '따로 노는 시스템'

"코스닥시장은 세계에서 진입 장벽이 가장 낮으면서 퇴출은 좀처럼 없는 이상한 시장이다" 메릴린치증권 한 관계자의 평가다.

진입이 쉬운 만큼 퇴출도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나스닥시장과 비교할 때 코스닥시장의 ?퇴출장벽?이 높은 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증권 당국의 조사가 진행중인 IHIC(신안화섬)는 이같은 틈새를 보여주는 사례중의 하나다.

"자본잠식이 2년을 채우지 못한 데다 외주를 통해 직물 매출이 소량 발생하고 있어 등록취소요건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 증권업협회 등록심사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퇴출된 기업은 23개.주식분산기준 미달과 영업양도 등으로 자진 퇴출한 9개사를 제외하면 증권 당국의 퇴출조치는 14개사에 불과했던 셈이다.반면 신규등록업체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도 최소한 1백개사 이상이 새로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미국의 나스닥시장은 상장과 퇴출이 모두 활발하다.퇴출 기준이 엄격하다보니 퇴출기업수가 상장기업수보다 오히려 많다.

이렇다보니 코스닥은 등록업체수 등의 외형은 눈덩이처럼 커지는데 비해 신뢰도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증권당국도 이를 의식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퇴출요건의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매번 구호에 그치고 있다."사업보고서 미제출이나 불성실공시 등 법인에 대해 퇴출요건을 대폭 강화시키는게 시장 취지에 맞다(H증권 기업금융팀 관계자)"부실기업을 제3시장으로 보내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등록과 퇴출의 불균형만이 아니다.

증권업협회 코스닥증권시장 코스닥위원회 등으로 3원화돼 있는 ''따로 노는 시스템''이 허술한 시장관리를 자초하고 있다.

한국디지탈라인의 공시 사고는 대표적인 사례다.

코스닥증권시장은 한국디지탈라인이 부도후 사적화의를 신청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이날 회생 가능성을 믿은 투자자들이 몰리며 한국디지탈라인은 상한가에 올라섰다.

그러나 코스닥위원회가 사적 화의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해석,이를 재공시하느라고 법석을 떨었다.결국 이 과정에서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봤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