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정의 '패션읽기'] '봉달이' 마라톤服의 비밀

51년만에 ''보스턴 신화''를 재현한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덕에 마라톤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마라토너의 기록단축에 신발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마라톤복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는게 사실이다.시드니 올림픽에서 선보인 이언 서프의 전신수영복이나 메리언 존스의 전신속도복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마라톤복도 첨단 섬유과학의 결정체다.

마라톤복의 생명은 중량과 감촉이다.

아무 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무게가 가볍고 살갗에 닿는 느낌이 부담스럽지 않은 상태가 최적임은 물론이다.옷무게 1∼2g은 선수의 기록을 좌우하는 큰 변수중 하나다.

후반으로 갈수록 땀과 먼지로 뒤덮여 선수가 무게에 대해 느끼는 부담이 실제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보스턴대회에서 이봉주 선수가 입은 옷의 무게는 아래위 합쳐 2백50g으로 8백g정도인 봄철 남자양복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감촉도 무게만큼이나 중요하다.

피부 마찰을 줄이기 위한 실크가공(부드러운 실크 느낌이 나도록 하는 표면처리 가공)은 기본.

땀을 흡수하고 내뱉는 흡습과 발수 기능도 일상복보다 3배정도 뛰어나다.이 선수의 윗옷은 면과 폴리에스터를 합성한 특수소재로 만들어졌다.

팬츠에는 탄력성있는 스판소재가 쓰였다.

''어떻게 박음질했느냐''도 마라토너의 컨디션을 좌우한다.

이 선수의 옷은 봉제선이 일반 옷과 다르다.

우선 솔기 처리가 특별하다.

보통 옷은 두장의 천이 만나는 솔기부분이 두툼하고 도드라지는 시접이 남는다.

그러나 마라톤복은 안쪽에 천을 한장 덧대 껄끄러운 느낌을 무마시켰다.

이 선수의 어깨쪽에 둘러진 파란띠는 시각적인 효과와 함께 매끄러운 시접처리를 위해 덧댄 천의 일부분이다.

솔기 위치도 다르다.

보통 옷은 앞판과 뒤판,소매가 만나는 꼭지점(솔기)이 겨드랑이에 있지만 이 선수의 옷은 그 뒤쪽에 있다.

2시간이 넘게 팔을 앞뒤로 움직이며 겨드랑이 부분의 마찰이 심한 마라톤 선수를 위한 배려다.

실제로 옷에서 튀어나온 실밥 하나가 선수에게 굉장한 고통을 주기도 한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봉주 선수의 공식 스폰서인 제일모직 라피도팀은 이번 마라톤복 개발 비용이 윗옷만 5천만원을 넘는다고 밝혔다.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인해 삼성이 얻을 광고효과가 2천억원(1억5천만달러)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니 스포츠마케팅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