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이대론 안된다] (5) '어디로 가야 하나'

사학연금은 올들어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를 전면 중단했다.

"작년에는 발행시장에 간헐적으로 참여했지만 아무래도 득보다는 예상되는 위험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세우 운용2팀장)이다.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서 코스닥을 아예 투자대상에서 빼놓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투자가 허용될 예정이지만 담당자는 극히 제한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적극적이라는 평을 듣는 교원공제회도 코스닥에서만은 몸을 사린다.전체 주식 운용자금중 코스닥 투자는 3% 내외에 불과하다.

그나마 "단기투자가 불가피하다"고 운용관계자는 밝혔다.

이들의 코스닥 기피 사유는 한결같이 ''신뢰성 부재''다.가장 기본이 되는 공시내용조차 믿을 수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정보통신업체인 S사는 지난 2월 외자유치추진 공시를 냈으나 두달이 지난 지금에도 뚜렷한 답이 없다.

오는 6월 말께나 최종공시가 나가게 되지만 정황상 무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K증권 관계자는 "외자유치추진 공시 당시 주가가 상당히 뛰어 그때 따라들어간 투자자는 낭패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경영 자체도 불투명하다.

반도체 관련업체인 S사는 경영진의 주식투자 실패로 2백억원이 넘는 적자를 봤다.

또 플랜트업체인 D사는 자사주 취득기간중 대주주인 대표이사가 보유물량을 대거 팔아 거액의 차익을 챙겼다.

교원공제회의 한 펀드매니저는 "일부 기업은 과연 계속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의 정체성도 불분명해지고 있다.

당초의 취지는 견실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를 만든다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전통'' 기업과 통신 금융 등 대형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은 경영실적 등의 통계를 낼 때 한통프리텔 LG텔레콤 아시아나항공 하나로통신 등 자산 2조원이 넘는 4개사를 ''빅4''로 따로 구분해 발표한다.

이들을 전체에 포함시킬 경우 통계가 실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왜곡된다는게 관계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특히 자금조달에서는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5조6천2백여억원)중 53%를 리타워텍 하나로통신 새롬기술 중소기업은행 평화은행 등 5개사가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고통을 받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다.

온라인 증권정보 사이트인 팍스넷이 최근 회원 1만5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원금의 70% 이상을 까먹은 개인은 전체의 무려 5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을 유지하고 있는 개인은 9%에 그쳤다.

온기선 동원증권 이사는 "개인들만 주로 참여하는 편식 시장이 되다보니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자연히 개인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며 "우량 벤처를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외형은 커졌지만 시장관리가 없다는 코스닥시장.이제는 "코스닥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과감한 퇴출과 함께 시장을 첨단기술주.벤처전문시장으로 특화해야 한다(D증권 인수팀장)"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할 때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