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메이커] 보스턴마라톤 51년만에 우승 '이봉주 선수'

지난 한주 ''봉달이'' 이봉주(31·삼성전자) 선수만큼 국민들의 눈과 귀를 붙든 사람은 없었다.

이봉주는 지난 17일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제105회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47년 서윤복과 50년 함기용 이후 51년 만에 한국에 우승컵을 안겨 주었다.이 선수의 우승은 개인적으로는 좌절과 시련을 딛고 일어선 인간승리이자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다시 나빠진 경제상황 속에서 힘들어 하던 국민들에게는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안겨다 준 쾌거였다.

그러나 보스턴 하늘에 애국가가 울려퍼지기까지의 과정은 시련 그 자체였다.

지난해 이봉주는 전국민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참가선수중 24위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는데 그쳤다.레이스 도중 상대 선수에 걸려 넘어졌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봉주의 시대는 갔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이봉주로서는 이때가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든 시기였다.설상가상으로 지난 2월에는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마저 췌장암으로 타계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봉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출국전 반드시 아버님의 산소에 우승트로피를 바치겠다는 약속을 했고 결국 그는 이 약속을 지켜냈다.한국마라톤 신기록(2시간7분20초) 보유자인 이봉주는 평소 "내가 잘 달리는 것은 타고난 재능 때문이 아니라 꾸준히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왔다.

사실 이봉주는 알려진 대로 마라토너에게는 치명적인 짝발이다.

게다가 눈에 쌍꺼풀이 없어 달릴 때마다 땀이 눈에 들어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수술을 받긴 했지만 ''자연산''보다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그는 이 모든 불리함을 성실과 끈기 그리고 불굴의 투혼으로 이겨냈다.그의 승리가 더 큰 박수를 받는 이유도 여기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