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비상경영] 자구책 뭘 담았나

현대건설이 최근 새로 작성한 올해 자금운용계획을 보면 ''이 고비만 넘기면 충분히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담겨있다.

5월에 닥칠 최대 자금난 위기를 맞아 임직원들이 상여금과 퇴직금의 지급시기를 보류하며 스스로 고통을 분담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매우 보수적으로 짰다''고 밝힌 자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지원이 약속대로 이행되고 내부적으로도 피나는 자구노력을 병행할 경우 경우 연말에 3천5백억원의 경상이익과 7백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게 된다.

부채비율도 2백25%로 떨어진다.

완전한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그래서 출자전환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채권 금융기관간의 갈등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채권단의 확고한 지원의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새로운 경영진의 조속한 선임도 임직원들이 바라는 대목이다. 그래야만 경영공백을 딛고 국내외 수주활동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희망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마련된 현대건설의 수정 자금운용계획은 채권단의 출자전환 전환사채(CB)발행 및 유상증자 연말까지 만기도래 회사채의 출자전환 대상 포함 5, 6월 자금난 극복 비상대책 자구노력의 철저한 이행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출자전환과 전환사채 발행 및 유상증자=발표된 대로 1조4천억원의 출자전환이 6월중 이뤄진다. 3월말 현재 출자전환 대상 금융권 차입금은 모두 7천1백60억원이다.

나머지 6천8백40억원은 4월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출자전환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회사채는 이달에 7백억원을 비롯해 5월 1천4백억원, 6월 7백40억원, 7월 1천억원, 8월 1천억원, 9월 2천억원이 만기도래한다.

7월중에는 전환사채(CB)와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7천5백억원씩 모두 1조5천억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중 5천6백50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된다.

하나은행 기업어음(CP) 5백억원, 산업은행 브릿지론 1천2백50억원, 일시지원금융 3천9백억원이 상환될 예정이다.

5, 6월 자금난 대책=4월과 5월분 임직원들의 상여금과 퇴지금 지급시기를 7월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두달간 상여금은 1백36억원, 퇴직금은 1백59억원이다.

이달에는 지급보류한 상여금과 퇴직금 1백75억원과 받을 어음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모두 5백37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방침이다.

다음달에도 같은 방법으로 5백13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이 돈으로 5월과 6월에 예상되는 각각 8백34억원과 4백25억원의 자금부족을 메꾸게 된다.

자구계획=부동산(2백88억원), 해외미수채권(6백11억원), 사업용자산(9백69억원), 유가증권(1억원) 등의 매각을 통해 모두 1천8백69억원의 자구를 이행할 계획이다.

서산농장과 계동사옥의 매각이 이뤄질 경우 자구 규모는 더 커진다.

연말 제무제표 어떻게 되나=자산규모는 지난해 7조2천5백77억원에서 6조5천8백72억원으로 줄어든다.

대신 부채는 지난해(8조1천1백49억원)의 절반수준인 4조5천6백24억원으로 축소된다.

이중 금융권 차입금은 지난해 4조4천8백32억원에서 1조7천6백54억원으로 크게 줄게 된다.

지난해 완전잠식된 자자본금은 출자전환과 유상증자 등으로 2조2백48억원으로 원상회복된다.

따라서 98년 5백39%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도 2백25%로 떨어진다.

영업부문에서는 지난해보다 6% 늘어난 6조7천7백50억원의 매출을 기록, 6천6백93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하게 된다.

금융비용 등을 제외한 경상이익은 3천5백10억원. 당기순이익은 7백82억원에 이르게 된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