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름다운 사람들..김영환<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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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젊은 나이에 장관이 되어서인지 "장관 그만두면 뭐 할 겁니까?"하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늘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지내왔다.
이 시대에 정치를 하는 사람 모두가 많은 자기 번뇌와 갈등을 안고 살아갈 밖에.
대변인을 맡았던 시절 삭막한 전장(戰場)의 언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한경에세이''가 오늘로서 끝난다.토요일 늦은 밤 오래된 노트의 쓰다 남은 여백에 에세이 원고를 메워 나가는 작업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유신의 감옥 독방에서 밀려오는 시간과의 싸움을 계속하면서 나는 윤동주의 서시,김지하의 황토,신동엽의 금강,신경림의 농무 등 1백여편의 시를 암송했다.
감방의 하루,콩밥을 삼키고 눈을 지그시 감고 담요 위에 가부좌(跏趺坐)를 틀고 시 암송에 들어간다.이를 마치면 어김없이 식구(食口)통이 열리고 점심이 들어오곤 했다.
그때 이후 내가 살아온 지난날 가운데 아픔의 순간,고통의 순간이 줄줄이 시가 되었다.
감방의 회벽(灰壁)에 못으로 시의 향연을 벌였다.집필이 허락되지 않던 그 시절 집필실에서 훔쳐온 연필심으로 이 소중한 옥중 시를 성경에 옮겨 적었다.
''시는 고통을 찾아가는 순례''라고 자못 그럴듯한 시론을 만들기도 했다.
''시인은 어떤 일보다 좋은 시 한 편을 세상에 남기는 일만 못하다'' 그런 내게 30여년 전 대학 채플에 오신 김수환 추기경께서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정신지체아와 버나드 쇼가 함께 망망대해에 빠졌다.
붙들고 있는 나무토막은 한 사람밖에 감당하지 못한다면 둘 중에 누가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느냐?
대강당에 모인 신입생들은 침묵을 지켰다.
''버나드 쇼가 살아남아 인류를 위해,문학을 위해 더욱 큰 일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결론을 내릴 리는 만무하다고 짐작했다.
자기 희생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아닐까 한다.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처자식이 있는 사람을 대신해 죽음의 길을 걸어간 막시밀리언 콜베 신부,일본인 취객을 살리기 위해 희생한 이수현,9명의 장애자를 입양한 아담 킹의 아버지.
이 모두가 시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송구스럽게도 나는 정치가 시보다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동안 나의 글을 읽어준 한경에세이 독자여러분,''시보다 아름다운 정치''에서 다시 만나기를….
"한경에세이 굿바이"
젊은 나이에 장관이 되어서인지 "장관 그만두면 뭐 할 겁니까?"하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늘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지내왔다.
이 시대에 정치를 하는 사람 모두가 많은 자기 번뇌와 갈등을 안고 살아갈 밖에.
대변인을 맡았던 시절 삭막한 전장(戰場)의 언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한경에세이''가 오늘로서 끝난다.토요일 늦은 밤 오래된 노트의 쓰다 남은 여백에 에세이 원고를 메워 나가는 작업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유신의 감옥 독방에서 밀려오는 시간과의 싸움을 계속하면서 나는 윤동주의 서시,김지하의 황토,신동엽의 금강,신경림의 농무 등 1백여편의 시를 암송했다.
감방의 하루,콩밥을 삼키고 눈을 지그시 감고 담요 위에 가부좌(跏趺坐)를 틀고 시 암송에 들어간다.이를 마치면 어김없이 식구(食口)통이 열리고 점심이 들어오곤 했다.
그때 이후 내가 살아온 지난날 가운데 아픔의 순간,고통의 순간이 줄줄이 시가 되었다.
감방의 회벽(灰壁)에 못으로 시의 향연을 벌였다.집필이 허락되지 않던 그 시절 집필실에서 훔쳐온 연필심으로 이 소중한 옥중 시를 성경에 옮겨 적었다.
''시는 고통을 찾아가는 순례''라고 자못 그럴듯한 시론을 만들기도 했다.
''시인은 어떤 일보다 좋은 시 한 편을 세상에 남기는 일만 못하다'' 그런 내게 30여년 전 대학 채플에 오신 김수환 추기경께서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정신지체아와 버나드 쇼가 함께 망망대해에 빠졌다.
붙들고 있는 나무토막은 한 사람밖에 감당하지 못한다면 둘 중에 누가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느냐?
대강당에 모인 신입생들은 침묵을 지켰다.
''버나드 쇼가 살아남아 인류를 위해,문학을 위해 더욱 큰 일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결론을 내릴 리는 만무하다고 짐작했다.
자기 희생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아닐까 한다.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처자식이 있는 사람을 대신해 죽음의 길을 걸어간 막시밀리언 콜베 신부,일본인 취객을 살리기 위해 희생한 이수현,9명의 장애자를 입양한 아담 킹의 아버지.
이 모두가 시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송구스럽게도 나는 정치가 시보다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동안 나의 글을 읽어준 한경에세이 독자여러분,''시보다 아름다운 정치''에서 다시 만나기를….
"한경에세이 굿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