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주인공이 없는 '합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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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 본계약을 맺기로 했던 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호텔롯데.
국내 최대이자 세계 60위권 초대형 은행의 탄생을 알리는 자리인 만큼 내외신 기자들로 북적댔다.이날 오전 일찍 이사회를 갖고 합병계약서 원안을 의결한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먼저 본계약 조인식장에 나와 초조하게 상대방을 기다렸다.
중매를 섰던 김병주 합병추진위원장도 조인식장 한편에서 ''축복받는 결혼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약속시간이 지나도록 한쪽 당사자인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합병계약서 문구를 수정하느라 이사회 의결이 늦어진 때문이었다.
대신 행사장에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전국금융노조 소속 노조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두 은행의 합병은 강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철회투쟁방침을 외쳐댔다.화려한 조명아래 축복받아야 할 신랑 신부는 보이지 않고 결혼식장은 순식간에 금융노조의 기자회견장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기자는 이 모습을 보면서 두 은행이 합병선언을 했던 지난해 12월21일이 떠올랐다.
''강제합병 철회''라는 노조의 반대주장도 그 당시와 똑같았다.노조를 피하기 위한 ''007 작전'' 같은 두 은행장의 행보도 그랬다.
그래도 그때는 당사자들이 함께 참석이라도 했다.
이번에는 한쪽 상대방이 ''계약서 문구 수정''을 이유로 예식 시간마저 맞추지 못했다.
지난 11일 주식교환비율,합병은행명 등 쟁점사항을 타결하고 열흘이 넘게 계약서를 공동으로 마련해 왔던게 막판에 틀어진 것이다.
합병선언후 4개월이 흘렀지만 두 은행 경영진이나 노조와의 갈등 등 어느 것 하나 변한게 없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오히려 두 은행의 이견폭이 더욱 커졌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두 은행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금융기관장 연찬회에 함께 참석했다.
대형합병을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김대중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는 배려도 받았다.우여곡절 끝에 두 은행장은 오후 늦게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그때 점심식사나 제대로 했을지 궁금하다.
김준현 금융부 기자 kimjh@hankyung.com
국내 최대이자 세계 60위권 초대형 은행의 탄생을 알리는 자리인 만큼 내외신 기자들로 북적댔다.이날 오전 일찍 이사회를 갖고 합병계약서 원안을 의결한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먼저 본계약 조인식장에 나와 초조하게 상대방을 기다렸다.
중매를 섰던 김병주 합병추진위원장도 조인식장 한편에서 ''축복받는 결혼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약속시간이 지나도록 한쪽 당사자인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합병계약서 문구를 수정하느라 이사회 의결이 늦어진 때문이었다.
대신 행사장에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전국금융노조 소속 노조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두 은행의 합병은 강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철회투쟁방침을 외쳐댔다.화려한 조명아래 축복받아야 할 신랑 신부는 보이지 않고 결혼식장은 순식간에 금융노조의 기자회견장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기자는 이 모습을 보면서 두 은행이 합병선언을 했던 지난해 12월21일이 떠올랐다.
''강제합병 철회''라는 노조의 반대주장도 그 당시와 똑같았다.노조를 피하기 위한 ''007 작전'' 같은 두 은행장의 행보도 그랬다.
그래도 그때는 당사자들이 함께 참석이라도 했다.
이번에는 한쪽 상대방이 ''계약서 문구 수정''을 이유로 예식 시간마저 맞추지 못했다.
지난 11일 주식교환비율,합병은행명 등 쟁점사항을 타결하고 열흘이 넘게 계약서를 공동으로 마련해 왔던게 막판에 틀어진 것이다.
합병선언후 4개월이 흘렀지만 두 은행 경영진이나 노조와의 갈등 등 어느 것 하나 변한게 없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오히려 두 은행의 이견폭이 더욱 커졌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두 은행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금융기관장 연찬회에 함께 참석했다.
대형합병을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김대중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는 배려도 받았다.우여곡절 끝에 두 은행장은 오후 늦게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그때 점심식사나 제대로 했을지 궁금하다.
김준현 금융부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