臺灣, '수출功臣' 반도체.LCD.유화.화섬 설비확충

대만 업체들이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석유화학 분야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도 대폭 늘리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경기 침체를 우려해 투자규모를 축소 조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때문에 이들 분야에서 한국의 세계시장 지배력이 크게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업체들은 지난해 공장을 확장하고 가동률을 높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잇따라 공장을 증설하거나 신설하고 있다.

실례로 세계적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올해 말까지 3백㎜웨이퍼 월 3만4천장을 가공할 수 있는 12호 신주공장을 세우기로 했다.또 내년 초에는 웨이퍼 가공능력 월 5만7천장 규모의 14호 타이난공장을 건설,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UMC는 올해 초 월 최대 7만장(3백㎜웨이퍼 기준) 가공 규모의 신주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월 가공 규모 4천~5천장의 타이난 공장을 가동한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메이커들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축소 조정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업체들은 지난 9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설비투자에 무려 2백28억달러를 쏟아부었다.

한국의 1백42억달러와 비교할 때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대만 업체들이 현재 대부분 비메모리 파운드리에 치중하고 있지만 설비 규모와 기술 수준으로 볼 때 언제든지 메모리 업체로 전환해 한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대만 업체들은 컴팰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주도하고 있는 LCD 시장에도 따라 진출했다.

LCD 가격이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대만 업체들의 신규 진출로 공급과잉이 심화된 때문으로 국내 업계에선 풀이하고 있다.

한국의 세계 LCD시장 점유율은 99년 31.3%에서 지난해 38.6%로 상승했다.

하지만 대만 업체의 점유율은 6.7%에서 15.3%로 더 큰 폭으로 상승,격차가 축소되고 있다.

올해 대만의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기판 생산능력은 1천6백58만개(14.1인치 기준)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메리츠증권은 예상했다.

대만의 석유화학 분야 위협은 반도체나 LCD보다 더하다.

포모사그룹이 지난 98년 기초원료인 에틸렌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제2공장을 건설하면서 대만은 유화수출국으로 전환했다.

현재 1백40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한 포모사는 2003년까지 생산능력을 1백80만t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석유화학공업협회 박훈 상무는 포모사는 중국으로부터 역내 기업으로 인정받아 최근의 반덤핑 제소에서도 제외되는 등 중국 시장에서 혜택을 누리며 국내 기업의 중국 수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 역내 기업으로 간주되는 대만 업체들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대만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민·관 공동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