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중국의 '쿠' 열풍

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허벅지가 조금 찢어진 청바지,옷 밖으로 나온 목걸이….

베이징(北京)거리에선 이 같은 차림의 젊은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그렇다고 그들에게 불량기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가가 말을 건네면 순수하고 명랑하다.

당당함도 엿보인다.이런 젊은이를 일컫는 중국어가 있다.

''쿠(酷)''가 바로 그 것.

''세련됐다''''멋지다'' 등의 뜻을 갖고 있는 이 말은 지금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최고 유행어가 됐다.그들은 멋있는 친구를 보면 ''전쿠(眞酷·정말 멋져)!''라고 한다.

세련된 차, 빠른 템포의 노래 등에도 ''전쿠!''라는 감탄사가 붙는다.

중국어 ''쿠''는 원래 ''잔혹하다'' 또는 ''정도가 심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였다.그러나 ''세련됐다(속어)''라는 뜻을 가진 영어 ''cool''을 ''쿠''로 음역하면서 본래 의미가 밀리게 됐다.

''쿠''는 외모만이 아닌 신세대 젊은이들의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도전과 용기,능력,독립,창조,개성,기존 문화에 대한 반발 등의 뜻을 포함하고 있다.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자신만의 독창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중국 젊은이들의 모습이 바로 ''쿠''인 것이다.

''쿠''는 중국 대중문화를 읽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대중 문화상품의 주요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중국 젊은이들은 지금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사회주의 체제에서 억눌려왔던 에너지를 발산하려 한다.

패션 음악 영화 등의 대중문화 상품은 세련되고 멋진 ''쿠''성향을 보여야 팔린다.

''쿠''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문화상품을 팔 수 없게 됐다.

''쿠''는 우리나라와도 무관치 않다.

중국언론들은 지난해 중국에서 불기 시작한 한류(韓流·한국문화 유행)가 ''쿠''현상을 급속도로 확산시켰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기 록그룹 H.O.T,가수 안재욱, 영화배우 김희선, 축구스타 고종수 등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최고 ''쿠''의 대상이다.

''쿠''가 우리나라에 중국 대중문화시장 진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얘기다.중국 시장을 넘보는 문화인들은 중국 ''쿠''바람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