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도우미 사회 곳곳서 '소외'..가정의달 맞아 실태조사

서울 도봉구 방아골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한순민(28·여)씨.

그는 오전 9시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돕는 유급 가정도우미들과 회의를 갖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회의가 끝나면 지역내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 장애인 실직가정 등을 돌보기 위해 곧바로 사무실을 나선다.

한씨는 우선 혼자 사는 노인과 장애인 집을 돌며 식사 세탁물 등을 챙긴다.

자원봉사 대학생과 빈곤가정 청소년을 연결해 학습지도를 시키는 것도 그의 몫이다.남들 다 퇴근하는 저녁에도 그는 혼자 밥을 먹을 수 없는 아이들을 모아 식사를 함께 하며 인성교육 강의를 해주곤 한다.

사무실에서 잡무를 처리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보통 오후 10시.

이때쯤이면 몸은 파김치가 되게 마련이다.주말이라고 편히 쉬지도 못한다.

노인들의 이·미용을 돕거나 생일잔치 행사에 손을 빌려주는 등 일거리가 항상 있기 때문이다.

고된 업무지만 사회복지사 5년차인 그의 월급은 1백25만원에 불과하다.대기업 샐러리맨의 절반 수준이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최근 7천4백명의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주일 평균 근무시간은 52.85시간으로 집계됐다.

10명중 1명은 주당 60시간이 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곤궁계층의 생활을 보살피고 뒷바라지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저임금과 격무를 감안하면 오히려 이들을 사회복지대상으로 선정해야 할 정도"라는 게 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는 5만여명.

해마다 1만여명의 새로운 사회복지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이중 사회복지학과 전공을 살려 관련 분야로 진출하는 사람은 10%가 안된다.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다.

이들의 어려움은 실태조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사 2명중 1명이 이직을 희망하고 있었으며 임금수준에 대해서도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을 원하는 사유로는 △직장에 비전이 없다(19.9%) △임금이 낮다(18.6%) △근무조건이 열악하다(18.4%) 등의 순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자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소외계층을 생각하면 차마 발길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 장애인 부모 밑에서 소아암에 걸린 아이를 만났어요.경제적으로 어려워 치료를 포기해야 할 처지였죠.수소문 끝에 복지단체 및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게 할 수 있었습니다.학교가 끝난뒤 가끔 들러 인사하는 그 아이의 밝은 표정을 보면 오히려 삶의 소중함을 배웁니다"

한씨는 다만 "일에 지쳐 도움이 필요한 영세민들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협회 관계자는 "사회복지사도 전문직인만큼 근로환경의 사각지대에서 무조건적인 봉사와 희생을 강요할 순 없다"며 "적절한 보상과 자기계발 기회를 주는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