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이 외화채권 低利로 사주게 되면] 기업 돈줄 '숨통'

산업은행의 외화채권 인수업무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패턴뿐만 아니라 국내 채권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외금융시장에서 달러채권 발행을 엄두도 못내던 기업들도 산은을 통해 달러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또 원.달러 스와프를 이용하면 원화채권 발행때보다 약 1%포인트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따라서 굳이 외화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기업도 저리(低利)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긴 셈이다.

국내 채권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그동안 채권시장은 원화채권 일색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러화채권 엔화채권 등 다양한 채권이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도 그만큼 상품선택의 폭이 넓어져 보다 효율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외화채권 어떻게 발행되나 =산은이 차입해온 외화자금을 재원으로 국내기업이 발행한 외화채권을 인수해 주는 방식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산은은 국가신용등급(무디스 기준 BBB+)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이 때문에 산은의 달러차입 금리(만기 3년기준)는 현재 리보(런던은행간 대출금리)+0.65%포인트 수준으로 국내 금융기관중 가장 낮다.산은은 이처럼 저리로 조달한 외화자금을 일정수준의 마진(가산금리)을 붙여 국내 기업들에 빌려주는 셈이다.

국내 기업의 외화조달을 산은이 대신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종배 산은 종합기획부장은 "신용등급 BBB+인 기업은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발행을 하더라도 조달금리는 ''리보+3%포인트''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외화채권을 총액 인수한뒤 이중 일부는 자체 보유하고 나머지는 투신사 시중은행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매각, 국내 채권시장에 유통되도록 할 계획이다.

◇ 신용도 낮은 기업도 외화조달 =국내기업의 해외기채는 그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실제 한국전력 포항제철 주택은행 등 몇몇 우량기업을 제외하면 자신의 신용도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용도가 낮아 해외기채가 어려운 기업들까지도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손쉽게 외화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산은 김 부장은 "외환자유화 이후 해외영업활동과 관련한 기업의 외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은 산은을 통해 외화채권을 발행함으로써 필요한 외자를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회사채 만기는 3년이 기본이며 최장 5년까지로 늘릴 계획이다.

산은은 외화채권 인수대상 기업을 일단 산은자체평가 신용등급 BBB(일반 신용평가회사 기준은 BBB+ 수준) 이상으로 정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자체신용으로 해외기채가 가능한 기업은 물론 데이콤 기아자동차 대림산업 LG상사 SK글로벌 한화 경남에너지 등도 외화채권을 발행, 국내에서 외화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저리 자금 조달 =산은은 외화채권을 발행한 기업들이 원할 경우 원·달러(엔) 스와프거래를 통해 외화를 원화로도 바꿔줄 방침이다.

이 경우 기업은 일반 회사채시장에서 원화 채권을 발행할 때보다 약 1%포인트 가량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산은은 설명했다.

현재 BBB+등급 기업이 3년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연 11%의 금리를 물어야 한다.

산은은 외화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달러를 원·달러 스와프거래를 통해 원화로 조달하면 연 10%의 금리만 부담하면 될 것으로 분석했다.따라서 굳이 외화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 기업도 산은의 외화채권 발행을 이용해 저금리로 원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